전직 야구선수 박찬호 씨가 21일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명예회장 빈소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고(故)신격호 회장의 조문 사흘째에도 고인의 빈소는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각계에서 많은 인사가 방문했고 이 중엔 과거 국제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으로 국위선양에 일조한 체육계 인사도 있었다.

21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빈소에 전 야구선수 박찬호 씨와 홍수환 한국권투협회 회장이 찾아왔다.

이날 오후 방문한 박찬호 씨와 홍수환 회장은 빈소 앞에서 고인과 있었던 일화를 회고하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코리안 특급’이란 별명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박찬호 씨는 1998년 롯데호텔 홍보대사로 위촉되며 고인과 인연을 맺었다.

박 씨는 “고인은 나처럼 국가를 위해 선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기쁘다고 이야기 했다”라며 “내 아내의 할아버지도 당시 일본에서 고인과 같은 세대로 자수성가로 집안을 일으켜 한국에 들어와 스케줄이 맞으면 차를 마시며 고인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배웠다”라고 회고했다.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은 ‘4전 5기 신화’를 쓴 인물이다. 1977년 당시 파나마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패더급 초대 타이틀 결정전에서 4번 다운됐음에도 KO승을 거뒀다. 이때 홍 회장을 후원하던 기업이 롯데였다.

홍 회장은 동양챔피언 시절부터 자신을 도와준 후견인이라고 추억했다. 그는 “일이 안 풀릴수록 더 도전하신 고인의 마음가짐이 기억난다. 복싱의 4전 5기가 고인의 삶에 충분히 나타났다”라며 “자신의 영역에서 챔피언이 된 그 분의 일생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 챔피언 시절 신 명예회장으로부터 직접 금일봉을 받은 일화도 떠올렸다.

그는 “일본 선수를 상대로 챔피언 방어전에서 승리했는데 그때 집무실에서 점퍼 차림으로 금일봉 100만엔을 선뜻 건내며 격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100만엔은 강남 아파트 한 채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홍 회장은 “고인은 회장이라기보다 아저씨나 삼촌 정도로 느껴졌다”라며 소탈하고 친근했던 손 명예회장의 생전을 떠올렸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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