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킨푸드·부츠 등 기업 직영점도 못 버티고 떠나
"월 임대료는 여전히 비싸 자영업자 접근 어려워"
스킨푸드와 부츠 이대점이 있던 점포. /황보준엽 기자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이대 상권이 좋다는 건 다 옛날 얘기다." 이대역 부근에서 10여년 장사를 했다는 한 음식점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22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음식점에는 김밥을 주문한 기자를 제외하고 고작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후 6시가 훌쩍 지나 저녁 식사 시간이었지만, 포장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10여분 동안 이곳을 찾는 손님도 없었다.

식당을 나와 이대역 2번 출구에서 정문까지 걸어봤다. 길 곳곳에선 '임대'라고 써 붙인 채 비어있는 상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상권이 가장 좋다는 이대 정문 앞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3개의 점포가 연달아 공실이었다.

경의중앙선 신촌 기차역 근방으로 다가갈 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많은 수의 점포에는 임대 안내 문구와 함께 공인중개사의 명함이 덕지덕지 붙은 상태였다.

한때 이대역은 전국 대학가상권 중에서도 '여성패션 중심지'라고 불리며 손꼽히는 상권 중 하나였다. 수 많은 젊은 여성이 이곳을 찾았다. 때문에 현재와 달리 당시에는 생소했던 상점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스타벅스와 미스터피자 모두 첫 영업을 이대에서 시작했을 정도다. 이렇듯 영원할 것만 같던 이대 상권도 2000년대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 대형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반전이 찾아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부터다. 인기가 떨어진 옷가게를 대신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리를 채워갔다. 이대는 여성패션 중심지에서 화장품 특화 거리로 변화해 갔다.

이대 정문 앞 비어있는 상가. /황보준엽 기자

하지만 이 또한 길지 않았다. 화장품 판매 매장이 이젠 어딜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남에 따라 '굳이 이대가 아니라도' 필요 시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의 경우 매장수가 2010년에는 91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98개로 크게 확장했다. 결국 이마트 부츠와 스킨푸드 등 유명 화장품 회사 직영점, 판매점이 속속 자리를 뜨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수익이 떨어지는 부츠 18개 점포를 일괄 폐점했는데, 그중에 이대점도 끼어있다"며 "높은 임대료에 비해 영업효율이 떨어지는 곳을 대상으로 영업종료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촌도 상황은 비슷했다. 문 닫은 점포가 많았고, 건물이 통째로 비어있는 곳도 있었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신촌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9.4%를 기록했다. 신촌 상가 10개 중 1개는 비어 있다는 의미다.

이대 부근 공실 점포. /황보준엽 기자

이대역 인근 빈 상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높은 임대료와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42㎡ 기준 월세 400만~700만원, 보증금 1억원 정도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이대역 앞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상권이 위축됐다고 하더라도 월세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한달에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월세가 부담이 되니 이대역으로 안 오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키워드

#신촌 #이대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