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CC 경쟁 심화되고 재편까지 '지각변동'
"세제 혜택 등 뒷받침돼야 성장" 주장도
/에어프레미아 제공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항공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악의 보릿고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짜배기 일본·중국노선 상황이 녹록지 않고 신규항공사의 진입으로 본격적인 ‘생존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항공사의 자구안 마련과 더불어 정부의 세금면제와 규제 해소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첫 날갯짓 앞뒀는데" LCC 경쟁 심화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항공사 2곳의 진입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11월 첫 취항에 돌입한 플라이강원의 뒤를 이어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이 본격적인 비행에 나선다. 하지만 업계는 이들의 첫 날개짓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LCC(저비용항공사)의 알짜배기로 꼽히는 일본 노선이 지난해 여름부터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수요 부진에 시달렸고 올해는 연초부터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항공과 관광'의 결합을 내세운 플라이강원은 구랍 16일 항공 업계 최초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 청약 목표 금액인 10억원을 넘기며 103%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전 과정을 통해 초기의 목표인 TCC(관광항공 융합항공사)모델의 홍보 효과는 충분히 얻었다. 또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는 것은 플라이강원의 가치 창출과 성장 논리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기 진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라이강원은 취항이 얼마 안되긴 했지만, 초기의 진입 효과가 있기 마련인데 플라이강원이 쉬워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라우드펀딩이 경영모델을 알리고자 하는 의미도 있지만,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의미도 있어서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에어로케이는 지난 10월 초 AOC(항공운항증명)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 승인을 받았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에는 국토교통부 항공운항과에 AOC를 신청해 올 하반기 취항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진입으로 국내 LCC 항공사는 총 9개가 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 항공사가 9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미국이 9개다. 제일 작은 항공사도 대한항공보다 클 텐데 좁은 시장에서 9개가 싸우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싼 가격에 대한 이점 말고는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과도한 경쟁을 우려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제주항공 제공

시장재편 앞둔 항공사들, 재도약 가능할까

올해 눈에 띄는 지각변동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품기부터 지난해부터 이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항공업을 둘러싼 인수합병(M&A) 등 업계 구조조정이다.

창립 15주년을 맞이한 제주항공은 22일 창립 기념식을 열고 안전운항체계 고도화, 고객지향 마인드 제고, 안전·저비용을 포함한 핵심가치 재조명 등 올해 3대 도전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서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은 구랍 18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이스타항공 인수 소식을 깜짝 발표한 뒤 현재 이스타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시장 개척자로서의 지난 15년간의 성공을 뒤로하고, 2020년대의 변화된 사업환경에서 다시 한번 LCC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스타항공의 인수와 관련해 언급한 사항은 없지만, 업계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양사의 시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올해 제주항공에 주어진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금호가를 떠나 범현대가에 안착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며 창립 31주년 만에 전환기를 맞이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2월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밟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을 알렸고 8개월의 대장정 끝에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 맞이를 끝마쳤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4월까지 국내외의 기업결합 신고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차질없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3월 중으로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열어 한창수 사장을 비롯한 사내외 이사진을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의 자구안과 더불어 항공업계 산업 경쟁력을 위해 외국 항공사들처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콜로라도·플로리다·인디애나주는 민간 항공기에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텍사스나 워싱턴에선 개인용 항공기에만 재산세를 부과한다. 일본의 경우 취득세가 없고, 재산세는 80~90% 감면해준다.

이밖에 민간 항공기를 주요 경제 자원으로 판단하는 중국·영국·프랑스·독일 등은 취득세와 재산세 모두 없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취득세 60%, 재산세 50%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고 있다. 이마저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자산 5조원 이상 항공사는 재산세 감면에서 제외된다.

지난해 11월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지금의 위기가 LCC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같은 FSC(대형항공사)에도 도래했음을 밝혔다. 우기홍 대표는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여행객이 감소했지만 항공업황 전반의 불황은 예전부터 조짐이 보였다. 이는 저가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사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만 해당되는 강한 규제와 절차 등이 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사태 역시 그런 이유로 나타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항공업 관계자들이 먼저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는 제도, 정책, 법을 운용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희영 교수는 "올해 역시 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지만, 외교적 해소를 통한 일본 노선이 활성화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현재 경기가 너무 침체돼 국내 여행객들의 출국 자체가 줄어드는 게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그간 업계가 요구해온 세제 혜택 등이 뒷받침돼야 하고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더 키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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