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첫 공판 출석하는 이중근 부영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지난해 11월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선고 형량은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이 회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 회사자금 횡령으로 구속되고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같은 범행을 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부영그룹의 사실상 1인 주주이자 최대 주주인 동시에 기업의 회장으로 자신의 절대적 권리를 이용해 임직원과 공모해 계열사 자금을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부영그룹과 계열사는 모두 피고인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어 다른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액이 모두 변제돼 재산피해가 회복된 점 등을 이 회장에게 유리한 양형요소로 들었다.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1심의 판단이 대체로 유지됐다.

다만 이 회장이 계열사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는 1심과 다르게 무죄 판단이 나왔다.

이 회장이 2004년 계열사 돈으로 차명주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피해를 변제했다고 진술해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해당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하고 일부를 증여세 납부에 사용해 계열사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를 안겼다는 내용이다.

반면 이 회장이 아들이 운영하던 영화 제작업체에 회사 자금 45억여원을 대여해준 혐의에 대해 1심은 이를 '경영판단'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영화 흥행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검토 없이 금액을 대여했고, 대여회사와의 시너지효과도 없어서 합리적 경영판단의 범위 내로 볼 수 없다"면서 유죄로 인정했다.

한편, 이 회장은 4300억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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