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한류 시장이 ‘사드 괴담’으로 요란한 한 주를 보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한류 콘텐츠를 보복 대상으로 여긴다는 소문으로 신음했다. 엑소, 빅뱅, 송중기 등 한류 톱스타들의 이름이 거론됐고 ‘중국 활동 불가’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그러는 사이 코스닥에 상장된 엔터주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무성한 소문과 달리 국내 스타들은 대부분 예정대로 중국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 차원의 움직임과 현지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소문만으로도 위축된 분위기와 향후 대책 마련에 분주한 풍경이다. 최근 몇 년 간 한류 시장이 중국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였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얼어붙은 엔터주
엔터주들의 주가 하락은 7월부터 감지됐다. 서서히 떨어지던 주가 그래프는 ‘사드 괴담’을 전후로 급락하는 그림이다. 수지와 김우빈을 앞세운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제작사 삼화네트웍스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7월 1일 3,510원으로 시작됐던 주가는 지난 5일 1,895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 달 사이 반토막 가깝게 추락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7일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2년 만에 처음으로 3만선이 무너졌다. 2만8,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YG엔터테인먼트도 사정이 같다. 7월 한때 4만 105원이던 주가는 2일 3만4,100원으로 급락하더니 최근 3만2,250원으로 장마감 됐다. 코스닥 상장 초기인 2012년 5월 이후 최저가다.

예능 프로그램 수출로 재미를 보던 CJ E&M도 연초 10만원 대를 노리던 상승세에서 6만원선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 됐다. CJ E&M의 주가는 5일 기준 6만1,000원이다. 일제히 중국 시장을 겨냥했던 FNC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도 7~8월의 냉랭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포의 사드 괴담
‘사드 괴담’은 지난 1일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방통위 격인 중국의 국가신문출판 광전총국이 ‘9월부터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각 성 주요 방송사에 전달했다고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구난방식 후속보도는 ‘사드 괴담’을 부추겼다.
 
빅뱅ㆍ엑소ㆍ송중기ㆍ이준기 등의 중국 활동 제동 소식이 이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사드 때문에 춤과 노랫소리를 멈추게 했다’는 제목으로 다뤘다.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를 통해 한류 콘텐츠 제재 조치가 공식적으로 취해졌다는 기사도 나왔다. 기사에 인용된 방송 자막은 금세 중국 네티즌의 조작으로 판명됐다.
 
각 기획사는 차분하게 대응하는 중이다. 중국 4개 도시에서 계획된 영화 홍보 활동이 전면 취소됐다고 알려진 이준기 측은 소문을 부인하며 6일 예정대로 베이징을 향해 떠났다. 중국 드라마 출연이 무산됐다는 송중기도 애초에 염두 하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해명했다. 빅뱅ㆍ엑소의 8월 공연 취소에 대해서도 각 기획사는 “예정에 없었던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긴장감은 흐르는 분위기다. 엔터주들이 집단 하락세를 나타낸 배경은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중국의 외국 콘텐츠 규제다. 자국 콘텐츠 보호를 위해 외국 콘텐츠의 사전심의를 강화하고 황금시간대 방영을 제재하는 내용이다. 때마침 외교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중국의 입장과 맞물렸다. 교묘하게 포장된 ‘사드 보복’의 단초였다.

중국 쪽 엔터 사업에 몸 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외국 콘텐츠라고 하지만 현재 한국 콘텐츠가 압도적이라서 한류를 정조준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사드 문제 이전부터 방송뿐 아니라 공연 쪽도 취소 또는 행사 섭외 요청이 끊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금은 ‘괴담’이지만
‘사드 괴담’이 정치적 이슈에 사용된 도구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강하지만 엔터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사례와 연결된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권 말기 독도 방문으로 시작된 반한 기류와 닮은꼴이다. 일본 시장은 한류 확산의 진원지이자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지만 그 시점부터 위축됐다. 일본 내 우익단체의 한류 반대 시위와 동조하는 지상파 방송사, 아베 정부의 한류 홍보 금지 조치가 존재했다.

한 대형기획사 해외 마케팅 관계자는 “해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지만 이슈가 길어지면 정부 차원에서 암묵적인 압박이 본격적으로 가해질 수 있다”며 “중국은 자국 콘텐츠 보호에 더 민감해서 한류 비즈니스가 현지 업체를 앞세우는 전략으로 돌아선지 오래지만 이마저도 완벽한 안전장치는 아니다”라고 바라봤다.

최근 몇 년 사이 ‘차이나 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부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해외 마케팅 관계자는 “비즈니스는 큰 자본을 따라갈 수 밖에 없지만 엔터 업계가 경쟁적으로 중국 시장에만 눈독을 들였다”며 “동남아, 중동, 중남미 시장 확대 등 대응책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일시적인 바람이라는 시각 역시 공존한다. 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는 “열광과 동경 이후에는 경계 태세를 갖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지 않았나. 중국의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라면서도 “대중문화 콘텐츠는 불순한 의도에 의해 주춤할 수 있지만 막는다고 멈추고, 민다고 확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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