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통하자마자 '고장철'로 전락해 인천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인천지하철 2호선.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 “지금이라도 당장 운행을 중단하고 몇 달이 걸리더라도 안전점검을 다시 해야 합니다.”<인천시민 A씨)
“누가 이같이 인천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하철을 만들었나요? 책임자들을 모두 가려내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인천시민 B씨>
인천 시민들이 개통하자마자 ‘고장철’로 전락한 인천 지하철 2호선 때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툭하면 고장 나는 상황에서 자칫 대형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인천시민들은 한결같이 2호선을 타기가 두렵다는 반응들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개통 첫날인 지난 7월 30일, 단전과  출력이상, 통신장애 등 6건의 장애로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됐다. 3일에는 인천시청역에 도착한 전동차가 정 위치에 정차하지 못해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바람에 승객들이 비상스위치를 눌러 전동차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했다. 또 5일 오후 1시53분경 왕길역~완정역 구간에 전력공급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동 무인시스템으로 인천 시민들뿐 아니라 전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인천지하철 2호선이 이쯤되면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에 대한 안전 및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상태다. 이는 전동차량을 납품하고 운항시스템을 설치한 현대로템, 개통 전 안전점검을 책임졌던 인천교통공사, 지하철 건설을 총괄한 인천시, 허술하게 운행적합도를 심사한 교통안전공단 및 국토교통부 등이 빚어낸 총체적 부실 합작품이는 분석이다.
 
◆현대로템, 인천시민 안전 담보로 원가 줄였나?
인천시 의회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인천지하철 2호선의 근본적인 문제는 차량 속도다.
인천지하철 2호선은 철제차륜형으로 제작돼 안전하게 달리려면 시속 70km를 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제차륜형은 일반 철도와 같이 철제 레일과 철제 바퀴를 가진 경전철 방식을 의미한다. 부산-김해를 비롯해 전국에 있는 비슷한 유형의 경전철은 운행 속도 70km/h를 유지한다.
LIM(선형유도전동기)방식을 사용하는 용인경전철 등만 시속 80km로 운행 중이다. 
그런데 현재 인천지하철 2호선은 일부 구간에서 시속 80km로 달리고 있다. 당연히 위험하다. 시설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전문제도 심각하다. 벌써부터 인천지하철 2호선을 타본 시민들은 급정거와 급정차, 문에 끼이는 사고 등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한구 의원은 “이 같은 문제점들은 현대로템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10대 가량 적게 도입해서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당초 인천지하철 2호선이 필요한 차량은 84량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시속 70km로 27개역마다 20~30초의 정차시간을 포함해 총 왕복 운행시간 99분 등의 기본 계약조건을 지키기 위한 최소 요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현재 74량만 투입해 운행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차량 속도를 급격히 올려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현대로템은 실제 계약 조건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이 29.2km(서구 검단오류역~남동구 운연역)에 이르는 지하철 2호선의 실제 왕복 소요시간을 측정한 결과 총 110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려 10% 정도 늦은 것이다.
지난 2014년에 감사원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정되지는 않았다.
이 의원은 추가로 무인화 시스템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사람이 없이 운행하기 때문에 비상 상황 조치를 위한 인력들이 배치돼야 하지만 현대로템이 예산 문제를 이유로 역 당 1명만 배치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대로템은 인천 시민들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취하는 셈이 된다.
현대로템은 이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모르쇠’ 전략이 아닐 수 없다.
 
◆ 지하철 2호선 부실은 인천시의 특혜가 원인?
이한구 의원은 “이런 현대로템의 부실 납품 및 시공은 인천시 특혜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대로템에 대한 특혜 의혹은 2009년 인천시가 인천지하철 2호선 발주를 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로템은 사실상 단독 입찰로 인천지하철 2호선 차량 및 운행시스템 담당회사로 선정됐다.
수의계약 금액은 6,142억원이었다. 낙찰가의 95.89%나 됐다.
이 의원은 이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한다. 같은 방식 공사들과 비교하면 1,000억원이나 비싸다는 것이다.
차량 공급 가격도 문제가 됐다. 2014년 인천시 의회는 현대로템의 인천지하철 차량 공급가가 1량당 24억5,500만원으로 같은 종류인 부산김해 경전철(13억4,000만원)보다 거의 두배 높다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을 총괄한 인천시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모든 것을 법적 절차에 맞게 진행했다”며 “아직 운행 초기라서 일부 문제가 일어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인천교통공사가 진행한 시운전도 부실 의혹이 있다. 법적으로 지하철이 운행되려면 총 60일 가량의 시운전을 통해 실제 운행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야 한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많은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운행이 결정됐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관련 절차에 따라 현대로템과 함께 시운전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문제가 없으므로 국토부가 적합하다고 허가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차량증설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운행 초기인 만큼 문제점을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지하철 2호선 개통의 적합성을 심사한 교통안전공단과 국토부도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교통안전공단은 인천교통공사가 제출한 시운전 관련서류를 1차 심사했고, 국토부가 이를 토대로 최종 스크린해  운행허가를 내줬다,
이와 관련,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우리는 인천교통공사가 제출한 시운전 서류를 보고 운행에 적합한지 확인했을 뿐”이라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현대로템과 시운전을 하며 안전점검을 한 인천교통공사가 서류를 잘못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역시 “교통안전공단이 1차 검토한 인천교통공사의 서류를 점검해 운행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사실상 서류만 챙겼을 뿐으로 공기업 및 관료들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국비가 60%나 들어간 사업에 대한 입장으로 보기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고 할 것이다.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에는 총 사업비 1조2,456억원이 투입되었으며 부천시 3,609억원, 인천시 1,158억원, 서울시 215억원을 제외한 7,474억원이 국비다.
이한구 의원은 “인천지하철 2호선은 이미 토목 공사 16개소 중 15개에서 담합비리가 발견됐었던 총체적 부실 사업”이라며 “인천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관련 기관들뿐 아니라 국회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