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설 연휴 기간에 맞춰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 똑같은 주인공이 등장했다.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22일 개봉)과 ‘미스터 주: 사라진 VIP’(22일 개봉)에서 주인공을 맡은 이성민이다. 최근 들어 한 시기에 각기 다른 작품에서 똑같은 배우를 보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겹치기 개봉”..같은 시기 공개된 작품만 3편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포스터./쇼박스 제공.

이성민은 무려 세 편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권력 말기에 접어든 최고 권력자 ‘박통’을 연기했다. 특수분장만 2시간이 소요되는 귀 분장과 담배를 쥔 모양부터 손깍지 끼는 방식까지 세심한 관찰력으로 이성민 표 박정희를 만들었다. 이글거리는 눈빛과 삼엄한 말투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국정원 에이스 요원 주태주 역을 맡아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캐릭터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

게다가 이성민은 tvN ‘머니게임’으로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금융위 부위원장 허재 역을 맡아 냉철한 야심가로 활약하고 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성민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하루는 ‘남산의 부장들’ 무대인사를, 하루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 무대인사를 다녀올 생각이다”라며 “어떤 한 작품만 선택하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영화 '백두산'(위쪽)과 '남산의 부장들'의 이병헌./해당 영화 스틸.

사실 ‘겹치기 개봉’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병헌 역시 한 달 간격으로 주연 영화 두 편을 내놨다. ‘백두산’에서 북한 요원 리준평 역을 맡아 액션과 코믹 애드리브를 펼치며 호평을 얻은 그는 ‘남산의 부장들’에서 권력의 2인자 중앙정보부장 리준평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 연기를 펼쳤다.

‘히트맨’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권상우는 지난 해 10월 로맨틱 코미디 ‘두번 할까요’에 이어 11월 액션극 ‘신의 한 수: 귀수편’으로 다른 얼굴을 연기했다.

‘백두산’에서 남한 군인 조인창 대위 역을 맡아 기존의 군인과 다른 유쾌한 모습을 과시한 하정우는 다음 달 초 개봉하는 ‘클로젯’으로 관객과 만난다.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는 아버지 캐릭터로 복잡한 감정 변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중순 개봉한 ‘해치지않아’에서 열정 가득한 신임 변호사 역을 맡은 안재홍은 다음 달 초 개봉하는 ‘사냥의 시간’에서 새로운 모습을 펼친다. 예정된 개봉일보다 몇 차례 연기된 ‘사냥의 시간’은 안재홍 외에도 박정민, 이제훈 등 충무로 ‘젊은 피’가 합류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티켓 파워’ 있는 배우들만 선호

영화 '백두산'(위쪽)과 '클로젯'의 하정우./해당 영화 스틸.

이처럼 많은 배우들이 같은 시기,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과 만나고 있다. 물론 개봉 시기 조율은 배우들의 권한 밖의 일이다. 공교롭게 개봉 날짜가 겹치거나 투자배급사의 조율로 개봉 시기가 변경되기 때문에 ‘겹치기 개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배우들은 그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했을 뿐이다. 이병헌은 “배우에게도 한 작품을 완전히 끝낸 뒤 에너지를 충전하고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게 이상적이다”라며 “하지만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내가 원하는 시점에 만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백두산’ 속 리준평을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을 텐데 그 캐릭터가 새로운 배역에 묻혀 금방 사라지게 돼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성민은 “‘미스터 주’는 당초 작년 추석쯤 개봉하려고 했다고 들었다. CG작업에 욕심을 내서 개봉이 늦어졌다”며 “‘남산의 부장들’과 ‘미스터 주’가 동시에 개봉한 게 아쉽지만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는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겹치기 개봉’ 현상에 대해 “티켓 파워만 있는 배우들만 기용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관객들에게 충분히 기시감을 줄 수 있다”며 “관객들의 니즈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배우들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배급사 측의 입장은 다르다. 극장가 성수기 시즌에는 관객수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들의 작품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평소 평일 관객수는 너무 적다. 제작사도 그렇고 모두 관객이 많이 드는 시기에 작품 개봉을 하고 싶어한다”며 “최근 제작비 수준을 감안하면 비수기 개봉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다. 비수기 시즌 박스오피스 1위보다 성수기 시즌 2위가 낫다고 보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역시 겹치기 개봉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배우가 동시기에 작품을 선보이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품을 선보이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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