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브라운(가운데).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안양 KGC인삼공사의 ‘잇몸 농구’가 또다시 저력을 발휘했다. 

KGC는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와 원정 경기에서 76-70으로 이겼다.

KGC는 지난 25일 인천 전자랜드를 꺾은 데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시즌 23승 13패를 기록해 단독 선수로 뛰어올랐다. 반면 2연패 한 SK는 시즌 22승 14패를 기록하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올 시즌 KGC는 ‘부상 병동’이다. 주축인 오세근(어깨)과 변준형(손목), 김경원(무릎), 박형철(발목) 등이 모두 부상으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23일 원주 DB전에선 크리스 맥컬러(25)가 무릎을 다쳐 최소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경기 전 김승기(48) KGC 감독은 “시즌 내내 부상 때문에 힘들다”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선수들에게 밑져야 본전이라고 말했다. 이 멤버로 이기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KGC는 1쿼터부터 맹렬한 기세를 뽐냈다. 이날 홀로 풀타임을 소화한 주포 브랜든 브라운(35)이 경기 초반부터 펄펄 날았다. 브라운은 골밑과 외곽을 휘저으며 전반에만 23점을 몰아쳤다. 문경은(49) SK 감독은 경기 전 “최대한 브라운이 1 대 1 공격을 하게 해서 체력을 소진시켜야 한다. 브라운의 체력을 얼마나 소진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 선수들은 브라운의 득점 행진을 막지 못했다. KGC는 브라운의 활약 속에 2쿼터 한때 19점 차까지 달아났다. 앞 선에서 이재도와 전성현(이상 29)이 힘을 보탠 KGC는 전반을 43-35로 앞선 채 마쳤다. 

KGC는 3쿼터에 자밀 워니(26)의 활약을 앞세운 SK의 반격에 직면했다. 브라운도 SK 수비의 집중 견제에 주춤하며 고전했다. 그러나 KGC의 뒷심은 강했다. 승부처에서 브라운의 화력이 되살아났고, SK의 속공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종료 4분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전성현과 브라운의 3점포로 74-66까지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브라운은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면서도 40득점 19리바운드 3어시스트 6스틸로 괴력을 발휘했다. 전성현도 12점 3점슛 4개로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이 공수에 걸쳐 120%를 해줬다. 경기 초반 슛이 잘 들어가다 보니 선수들이 흥분한 것 같다. 동점, 역전까지 줬으나 이후 선수들이 냉정하게 잘해줬다”고 밝혔다. 이어“누가 봐도 선수 구성이 안 좋은 상황인데도 열심히 해주고 있다. 선수들에게도 ‘너무 잘하고 있지만, 1위에 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자’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지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 모든 선수가 제 몫을 해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최다 득점을 올린 브라운은 “터프한 환경에 SK 원정경기였는데 이겼다. 강팀을 이겨서 행운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올 시즌 개인 최다득점을 올린 것보다 팀 승리가 더 의미 있다”라고 했다. 

농구 영웅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한 SK와 KGC 선수들. /임민환 기자

한편, 양팀은 이날 경기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농구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42)를 추모했다. 경기 전 홈팀 SK가 코비를 추모하는 행사를 제의했고, KGC가 흔쾌히 동의해 이뤄졌다. 김승기 감독은“소식을 듣고 짠했다. 농구 레전드 아닌가. 추모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SK의 워니는 농구화 밑창에 코비의 별명인 ‘Mamba’를 새기고 경기에 나섰다. 브라운도 농구화에 ‘R.I.P Kobe’라는 문구를 적었다.

양팀은 경기 시작과 함께 24초, 8초 세리머니를 펼쳤다. 먼저 공격권을 쥔 KGC인삼공사가 24초 동안 볼을 돌리며 공격 제한 위반에 걸렸고, 이어 공격한 SK가 8초 동안 볼을 돌리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24번과 8번은 코비가 선수 시절 달았던 등 번호로 모두 레이커스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농구팬들과 선수단은 한마음으로 농구 영웅을 추모했다.

잠실학생체=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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