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에 놓인 항공 승무원들 “마스크 착용한다지만... 공포 여전”
최전방에 놓인 항공 승무원들 “마스크 착용한다지만... 공포 여전”
  • 강한빛 기자
  • 승인 2020.01.28 14:35
  • 수정 2020-01-30 11:03
  • 댓글 0

중국노선 위주 마스크 착용은 "주먹구구식 행정발상" 주장
환승노선 승객 대책은 내놓지 못해, 승무원 위한 조치 부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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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강한빛 기자] “목숨을 담보로 비행하는 기분입니다” 국내 대형항공사 승무원 A씨가 말했다. 이어 "전염병 확산에 대한 공포만 있을 뿐 승무원들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은 부족한 상황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승무원들에 대한 항공사들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이 불가피하고 밀폐된 업무 환경 상 각종 전염병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을 위한 대응책과 조치는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전염병 우려가 큰 중국 노선을 위주로 마스크 착용을 허가했지만 환승고객을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조치라는 지적 함께 전염병 대응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에 모든 노선에서 근무하는 객실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도록 지침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20일 각 항공사에 방역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했는데도 대응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이에 보완책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자 국내 항공사는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 근무를 허가했다. 26일 대한항공은 전체 카운터 직원과 중국 노선 승무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자율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중국과 대만, 홍콩 노선 승무원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LCC(저비용항공사) 항공사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현재 모든 노선의 객실 승무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허용했다.

객실 승무원의 마스크 착용은 승객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그간 허용되지 않았다. ‘미관상’의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지난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승무원 등의 마스크·장갑 착용 요구 성명을 발표하자 항공사들은 뒤늦게 마스크 착용을 허용하게 됐다.

하지만 마스크 허용 범위를 중국 인근 노선에만 한정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환승객이나 중국 외 다른 노선을 이용하는 중국 승객들도 존재하고 전 지역에 확진자가 퍼져있는 만큼 허용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승무원 A씨는 “중국 노선을 이용하는 고객이 유럽이나 미주, 국내선 등도 이용하는데 중국노선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대응”이라며 “결국 중국 비행을 하지 않아도 공포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노선 비행 시 중국에서 2~3일간 체류를 하는 ‘레이오버(현지체류)’ 역시 감염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이 각종 감염병의 최일선에 있는 항공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한 적절한 대책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행객들과 접촉이 많은 유통가, 면세점 등이 TF(테스크포스)팀을 꾸려서 대책을 운영 중인 것에 반해 항공사는 마스크 허용을 두고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대응방법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항공사에 재직 중인 승무원 B씨는 최근 짧게는 이틀 간격으로 연이어 중국 비행 일정을 소화한 후 현지에 머물렀다.

승객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가 이뤄지곤 있지만 연속 중국 노선 비행에 우려하며 회사에 문의하니 “(스케줄 조정과) 관련해 규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B씨는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객실 승무원들의 감염병 노출 위험이 상당함에도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은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항공사는 각종 감염병의 최일선에 있는 항공 노동자의 감염 문제와 건강권에 대한 그 어떤 대책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항공사들은 노동 조건과 환경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한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기는 커녕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통한 예방 수칙만을 공지하며 노동자 및 승객의 안전과 건강 문제를 개인의 영역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국 노선 외 모든 항공편 및 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위한 보호장구 착용 ▲의심환자가 발생한 비행편에서 근무한 객실승무원의 안전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유급 휴가를 부여 등을 요구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우한 폐렴에 대한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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