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사모펀드](上) 연이은 환매중단, 고수익 욕심이 화 불렀나?
[위기의 사모펀드](上) 연이은 환매중단, 고수익 욕심이 화 불렀나?
  • 김동호 기자
  • 승인 2020.01.28 16:14
  • 수정 2020-01-28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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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 3개 사모펀드 환매중단 결정
오는 2월말까지 최대 26개, 1817억원 규모 사모펀드 환매연기될 수도
소자본 고수익 투자도구였던 TRS 계약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라임자산운용에서 시작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다른 운용사로 확산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라임자산운용에서 시작된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다른 운용사로 확산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에서 시작된 불길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형 사모펀드 시장에서 양호한 수익률을 올려왔던 알펜루트자산운용 마저 일부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우려와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소자본, 고수익을 위한 투자도구였던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이 사모펀드 환매 요청시 자산운용사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야기하며 부메랑이 됐다. 이에 이번 사모펀드 환매 사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대출'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금의 규모를 2~3배로 확대하고 이를 펀드 투자에 활용할 수 있어 보유 자금이 많지 않은 자산운용사들의 주요 투자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증권사의 입장에서도 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짭짤한 수수료까지 챙길 수 있어, TRS 계약으로 자산운용사에 투자금을 제공하고 관련 투자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는 최근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주목 받아왔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날 환매일정이 도래한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에 대한 환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아직 환매일정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환매신청이 들어온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에 대해서도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이 외에도 개방형 펀드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시간을 두고 환매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알펜루트자산운용이 환매 연기를 예정하고 있는 펀드는 회사가 보유한 개방형 펀드들로, 총 자산대비 19.5% 수준이다.

알펜루트자산운용 측은 "극단적인 최대값을 가정할 때 다가오는 2월 말까지 환매 연기가 가능한 펀드는 26개 펀드이고, 금액 규모는 1817억"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개방형 펀드의 외부고객 자산이 100% 나온다는 가정하에 추정한 수치로, 알펜루트자산운용이 보유한 개방형 펀드 총 익스포져를 대상으로 산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10월 라임자산운용 사태 여파로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불안감으로 인해 환매 이슈가 발생됐다"면서 "그간 금감원, 판매사 및 수익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펀드의 자산내역 및 운용현황을 공개한 결과, 극단적인 대규모 환매는 나오지 않았으며 부분적인 환매에 순조롭게 대응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최근 개방형 펀드자산 대비 10% 이상의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다"며 "이러한 대규모의 일괄 환매 청구에 기계적으로 응한다면 수익자간 형평성 훼손의 우려가 있어 환매 연기를 검토했고, 고객 자산의 보호를 위해 일정 시간 동안 환매를 연기하는 것이 급매, 저가매각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방지의 측면에서 다수의 고객을 위한 더 좋은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현재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자산들은 모두 우량기업들로, 펀드의 자산운용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선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때와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현재 벤처기업인 마켓컬리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만나씨이에이(2020년 상장 예정), 파킹클라우드(2020년 상장 예정), 뉴플라이트 등 다수의 우량 포트폴리오를 보유 중이다. 해당 포트폴리오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알펜루트 측은 라임 사태로 인한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부추기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대량 환매청구의 원인은 이달 말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실사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증권사의 우려와 펀드 수익증권을 TRS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PBS 부서들이 사모펀드 시황 악화로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하는 의사 결정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환매중단 결정을 내린 라임이나 이번 알펜루트자산운용과 유사한 구조의 사모펀드를 운용 중인 운용사들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TRS 계약을 통해 투자금을 대출해준 자산운용사는 대략 2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이 규모도 무려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들 증권사가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다수의 자산운용사와 사모펀드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TRS 계약을 한 일부 증권사들이 자금을 회수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산운용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증권사가 일제히 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그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