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내 달 신보 '맵 오브 더 소울: 7' 발매를 앞둔 방탄소년단. 신보 발매에 앞서 K팝 그룹 사상 최초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무대를 꾸미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탄소년단의 '제 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의 무대와 레드카펫 인터뷰 내용은 미국 유력 매체인 타임, 버라이어티 등에 실렸고, 다음 달 공개되는 새 앨범은 영국음반협회에서 골드 인증을 받을 가능성을 내다 보고 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6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면 수여되는 실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전 세계를 '방탄소년단 신드롬'으로 밀어 넣을 준비를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특히 이번에는 기존 주력 분야였던 가요를 넘어 현대예술로까지 이들의 영향력이 확장돼 주목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 전시회인 '커넥트 BTS'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현대미술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뻗치며 또 한 번 예술의 경계를 넘게 됐다.

'커넥트, BTS' 전시회 전경

■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작가들, 'BTS 철학'으로 만나다

'커넥트 BTS'는 전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다양성'에 대한 긍정 등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철학을 지지하며 이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확장한 작품들을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국적, 장르, 세대가 다른 세계적인 명성의 미술 작가들이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과 협업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는데 이후 독일 베를린 글로벌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 지난 14일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지나 한국에 상륙했다. 한국 전시는 오는 3월 20일까지며, 다음 달 5일부터는 미국 뉴욕에서도 '커넥트 BTS'를 만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5개국 22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했다.

K팝과 현대미술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지드래곤이 현대미술작가 14명과 함께 진행한 전시회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도 있었다. 다만 이 전시는 지드래곤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커넥트 BTS'와 차이가 있다.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가 지드래곤을 영감 그 자체로 사용했다면, '커넥트 BTS'는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작업을 하고 있던 아티스트들 간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위한 자양분을 위해 사용됐다기 보다 다른 장르에 있지만 철학적 공감대를 형성한 예술가들의 만남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인 이대형 아트 디렉터가 총괄 기획을 맡고 런던의 벤 비서크와 케이 왓슨, 베를린의 스테파니 로젠탈, 노에미 솔로몬, 뉴욕의 토마스 아놀드 등의 큐레이터가 각 국가별 전시 프로젝트의 기획자로 참여했다.

지난 해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성공리에 마친 방탄소년단은 지난 앨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부터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맵 오브 더 소울'의 신작 '7' 발매를 앞둔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번 '커넥트, BTS' 전시는 방탄소년단이 '맵 오브 더 소울' 연작을 통해 고민하는 바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표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기 다른 국가에서 예술을 하는 서로 다른 예술가들이 차이와 국경을 뛰어넘는 이 전시는 그 자체로 '화합', '다양성에 대한 인정' 등이 기반이 된 방탄소년단 음악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방탄소년단 멤버 진은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커넥트, BTS' 개막식에 화상 연결로 참석, "우리는 모두 살아온 문화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이렇게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고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함께 보였다는 점에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분리가 되는 세상이 아닌 각자의 다양성들이 서로 '연결'된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커넥트, BTS'에서 만날 수 있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로즈'

■ '커넥트 BTS' 21세기 미술과 음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막을 올린 '커넥트, BTS' 서울 전시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대규모 공간 설치 작품과 한국 작가 강이연을 중심으로 한 아카이브 전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앤 베로니카 얀센스는 영국 포크스톤 출신의 작가로 2020년 현재는 벨기에 브뤼셀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빛과 색채, 안개 등을 이용한 공간 연출을 통해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린, 옐로, 핑크'와 '로즈' 두 작품을 내놨다. 이 작품들은 안개 가득한 공간에서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비정형의 조각적 형태와 질감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마치 낮과 밤이 경계를 맞대로 교차하는 순간과 같은 극적인 공간에서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이고 새로운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창작 정신을 만나게 된다.

강이연 작가는 방탄소년단의 주요한 안무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영상을 전시 공간 전체에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작업물을 아카이브 섹션에서 공개하게 됐다. 강이연의 '비욘드 더 씬'은 7명의 퍼포머가 방탄소년단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팝 밴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문화, 사회, 경제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글로벌 아이콘으로서의 방탄소년단을 프로젝션 매핑 작업으로 구현해 한 차원을 넘어서는 듯한 몰입적인 환경을 선사한다.

강이연 작가는 '커넥트, BTS'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전 세계 5개 도시의 유수의 기관들과 저명한 작가, 큐레이터들을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뜻 깊고 이 프로젝트에 유일한 한국 작가로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이번 작업을 위해 영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세대와 국적의 아미를 만났고, 그들과 대화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주는 진솔하고 꾸밈없는 메시지가 인종, 국가, 언어를 초월해 전 세계 수백만의 사람들을 연결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커넥트, BTS' 글로벌 프로젝트의 총괄 기획을 맡은 이대형 아트 디렉터는 한국 전시에 직접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이 디렉터는 이번 '커넥트, BTS'를 "전 세계 대륙을 넘는 22명 여의 예술가들과 큐레이터들이 방탄소년단의 포용적인 철학과 가치에 공감해 공동으로 전시 기획을 실험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28일 열린 '커넥트, BTS' 프레스데이에서 발언하는 이대형 아트 디렉터

이 디렉터는 또 "미술이 그 동안 음악을 비롯해 타장르와 협업을 했을 때 그 결과가 썩 성공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결국 음악 콘텐츠, 미술 콘텐츠라는 결과물이 나오면서 특정 장르의 브랜딩화가 되는데 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젠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이 콘텐츠라면 미술이 컨텍스트가 되고, 미술이 콘텐츠라면 음악이 컨텍스트가 되는 형식의 전시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미술은 철학, 문화, 사상 등을 담고 있는 거대한 배다. 그러다 거대한 물결을 만난 것이다. '커넥터, BTS'는 미술이라는 배와 음악이라는 물결, 또 반대로 음악이라는 배와 미술이 가진 철학, 사상, 역사 등의 물결이 만나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영감을 주고 받는 프로젝트다.

각자 영역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존중하고 지켜내면서 협업을 하는 게 가능하다는 데 전 세계 큐레이터, 작가들이 공감을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우리가 결국 미래 세대에게 줘야 하는 건 이러한 시도가 갖는 문화사적인, 철학적인 메시지 그 자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 디렉터가 말한 것처럼 '커넥트, BTS'는 5개 도시, 22인의 예술가들의 다양한 철학과 표현을 연결하며 미술과 음악, 작가와 관객, 물질과 비물질, 철학과 실천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관계'에 초점을 맞췄기에 전시 프로젝트의 타이틀에도 '연결'을 뜻하는 '커넥트'가 들어가게 됐다.

이대형 디렉터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전 세계적인 '연결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빈번하게 사람, 국경, 커뮤니티 사이의 단절을 목격한다"고 꼬집으며 "이번 프로젝트가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에 공감하고 새로운 '연결'을 모색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임민환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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