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엘시티 114㎡, 21억4100만원→16억1600만원
"견고하지 않은 가격층, 규제에 무너진 것'
엘시티 더샵 전경.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급등했던 부산 집값이 빠른 속도로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오름세가 가파랐던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호가 거품이 걷히는 모습이다. 견고하지 않았던 가격층에 12.16 부동산 대책이 본격화되면서 투자수요가 빠지게 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부산 집값이 상승했던 원인이 실수요가 아닌 조정지역 해제에 따른 투자수요였기 때문이다.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더샵 전용면적 144㎡가 16억1600만원에 거래됐다. 한달전인 12월만 해도 최고가로는 21억4100만원에 거래됐던 주택형이다. 지난달 대비 5억원 이상이 빠진 셈이다.

엘시티 더샵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14억~18억원 대로 거래됐다. 그러다 11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지난 2015년 이 단지가 거래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0억원을 넘어섰다. 이듬달인 12월에도 20억원이 넘은 거래건수를 3건 기록하며 가격층이 어느정도 다져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20억원을 넘나들던 집값은 불과 두달여만에 고꾸라졌다. 현재 해당 주택형은 12억3000만원대의 초급매까지 등장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15억원 이상이 대다수인 엘시티의 경우 매수세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부산 집값을 이끈 엘시티가 꺾이면서 조정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근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도 마찬가지로 전용 118㎡가 이달 9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전달의 최고가(12억원) 보다 2억500만원 낮은 가격이다. 호가도 9억 초반대로 내려갔다.

부산 재건축의 대표격 단지인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은 전용 84㎡가 지난해 11월 10억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8억8500만원에 실거래가가 찍혔다. 

이처럼 부산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길어야 두달이면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2.16 부동산 대책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간의 상승세가 수요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조정지역해제 여파에 따른 영향이기 때문이다.

부산은 계속된 하락세를 타다가 지난해 11월 조정대상지역 해제 후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매매가는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기점으로 지난해 11월 0.05%, 12월 0.45로 2개월 연속 올랐다. 상승 전환은 2018년 1월 이후 22개월만이다.

결국 조정지역 해제 후에나 상승세를 타는 등 견고하지 않았던 가격층이 정부의 금융·세제 등 각종 규제가 이어지자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산 집값이 급등했던 것이 서울처럼 탄탄한 수요를 통해 형성된 가격이 아닌 조정지역 해제에 따른 영향이었다"며 "그러니 정부가 12.16 대책 등 규제를 가하자마자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조정대상 지역 해제 후인 11월 가장 집값이 올랐다가 12.16 대책 이후 점차 진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밖에도 계절적 비수기라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으나, 가장 큰 영향은 12.16 대책에 따른 규제라고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송 대표는 "부산의 경우 특별히 학군이 좋아 수요가 있다거나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그간 가격이 오른만큼 다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산은 조정지역 해제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오른 곳이지만 수요가 바탕이 되지 않고 있어 12.16 대책 이후 가격이 하락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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