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여성 연예인들에게 출산과 육아가 여전히 유리천장으로 남아있다.

최근 방송인 서유리가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2세 계획을 밝혔다가 악플에 시달렸는 사실을 고백했다. 서유리는 "연말에 인터뷰했는데 아이를 3~4년 후에 낳고 싶다고 했다. 근데 '너 지금도 노산이야'라며 악플이 달리더라"라고 말했다. 연예인이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누군가에게는 비난할 수 있는 요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 결혼→출연료 삭감

전인화, 한지혜, 소유진은 MBN '자연스럽게'에 출연해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겪는 경력단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전인화는 "너희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일을 하고 가정도 돌보면서 유연성 있게 살지 않냐? 우리 때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며 운을 띄웠다. 이에 한지혜는 "엄마가 되자마자 일과 엄마 사이에서 고민이 크게 온다고 하더라"고 얘기했고 소유진은 공감을 표하며 "경단녀(경력단절여성)라고 하지 않나. 내가 아이를 낳고 복귀해서 상을 받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 '다시 일 시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둘째 때도 그랬고 셋째 때도 그랬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한지혜 역시 "나도 결혼을 하고 2년 반 만에 복귀를 하는데 출연료가 많이 깎였다. 다시 시작하기가 정말 힘들더라. 작가와 감독에게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하고 나서 오는 현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소유진은 "아이 낳으면 (출연료가) 더 깎인다"고 거들었다.

더불어 소유진은 "지금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 일만 하면 뭐해, 그렇게 돈 벌어서 나중에 행복은 언제 찾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시대다"며 "엄마가 되니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어디까지 희생해야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지혜는 "엄마가 되자마자 일과 엄마 역할 사이에서 그런 고민이 강하게 온다고 하더라"라며 공감했다. 

■ 육아휴직은 최소화

여성 연예인들의 경력 단절은 대부분 결혼보다 출산 후 더 빈번히 일어난다. 이름만으로도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일부 스타들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공백기를 갖게 된다. 특히 박경림은 한 인터뷰에서 경력단절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혼 후 이전과는 달라진 형태의 프로그램 섭외에 대해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것 뿐인데 섭외가 들어오는 프로그램의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대부분의 여성 연예인들이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기보다 빠른 방송 복귀를 선택하고 있다. 박지윤은 출산 후 한 달 만에 복귀했고 이지혜도 출산 5주 만에 다시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다. 육아 후에도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복귀 기간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온다. 육아에 전념하지 않는 여성 연예인들은 대중들에게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박지윤은 '라디오스타'에서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출장이나 해외 촬영을 가면 인스타그램에 "애기들이 불쌍해요" "애는 누가 보나요" "엄마 사랑이 한창 필요할텐데" 등의 댓글이 달린다는 것이다. 육아는 엄마가 전적으로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다. 이에 박지윤은 해당 댓글에 "혹시 딸이 있으시다면 절대 꿈을 가지지 말라고 얘기해주세요. 어차피 꿈이 있어도 집에서 나중에 애만 키워야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절대 자녀분에게 꿈을 가지지 말라고 해 주세요"라는 답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예전에 비해 연예인의 결혼과 출산이 자연스럽게 겪어야 하는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좀 더 유연한 시각이 형성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여성 연예인들에게 일보다 육아에 전념하라고 말한다. 남성 연예인들이 출산 후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서 육아에 전념하지 않냐고 타박하지 않는다. 여성 연예인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이에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여성 연예인들은 남성 연예인보다 사회적으로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요 당하는 게 현실"이라며 "결혼만 해도 프로그램이나 광고 섭외 종류가 육아 관련된 것으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결혼 전 최대한 결혼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기혼 비취업여성 절반가량이 과거 직장에 다니다가 경력 단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직장을 그만둔 이유로는 육아가 38.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결혼 30.7%, 임신과 출산 22.6%, 가족 돌봄 4.4%, 자녀교육 4.1%의 순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MBC, MBN 방송 화면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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