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각 경기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예방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당분간 선수들이 팬 서비스를 자제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태웅(44) 현대캐피탈 감독은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데 선수들을 어떻게 보호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나온 답변이었다.

경기는 현대캐피탈의 세트스코어 3-1(25-27 25-19 25-18 32-30) 승리로 마무리됐다. 현대캐피탈은 15승 9패 승점 45가 되면서 선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단독 선두 우리은행(승점 50)과는 승점 5차이다. 외국인 선수 다우디 오켈로(25)는 25점을 올리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반면 삼성화재는 10승 14패 승점 32로 여전히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철우(35)가 27점으로 고군분투했으나 승부를 뒤집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양팀의 대결은 ‘클래식 매치’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정작 현장에서 눈에 띈 것은 경기력보단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대화 내용들이었다. 미디어 입구를 통해 경기장에 들어서자 안내 요원은 “세정제로 손을 씻어 주세요”라고 정중히 요청했다. 안내 요원은 이날부터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 세정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사무실 앞 로비에서 마주한 구단 한 관계자는 상대에게 “오늘 선수들과 팬들간에 접촉하는 이벤트가 있느냐”라고 묻고 있었다. 최태웅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각 구단과 협의해 31일부터 입장 관중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제공하고 경기장 내에 손 세정제 등 청결예방 도구를 비치해 관람객의 안전한 관람을 지원하기로 했다. 매 경기에서 전광판을 활용해 예방 관련 캠페인 영상도 상영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의 한 관계자는 “설 연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을 논의해왔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을 열 감지기와 온도계 등을 통해 체크해 의심 환자를 가려낼 생각이다. 아울러 경기장 입구도 되도록 적게 운영할 계획이다. 취재진이나 관계자, 관중 모두 다소 불편할 순 있겠지만 안전의 관점에선 그게 맞다는 판단을 내려 그렇게 할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과 천안시가 논의 중인데 최종 매뉴얼은 이르면 31일 확정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최 감독이 말한 선수들의 팬 서비스 자제 조치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KOVO의 한 관계자는 “각 구단에 마스크 6만개를 배포할 예정이다. 구단별 대응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 해서 추후 대책을 협의할 것이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날 경기장에 들어찬 2026명의 관중과 관계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릴까 우려하는 마음에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클래식 매치는 본의 아니게 ‘마스크 매치’로 끝이 났다.

대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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