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30일 축구회관서 결산 기자간담회
선수들 믿었기에 우승 가능했다고 밝혀
와일드카드 관련해선 “좀 더 기다려달라”
김학범 한국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우승은 좋은 것 아닌가. 우승 타이틀은 감독으로서 굉장히 영광이고 행복이다.”

김학범(60)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올림픽대표팀)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승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김 감독은 한국이 이달 초 태국에서 열린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는 데 이바지했다. 대표팀 명단 23명 중 필드플레이어 21명을 6경기에 고루 출전시켜 빡빡한 일정에서 오는 체력 부담을 이겨냈다. 그 결과 6전 전승하며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축구 본선 진출권도 따냈다. 단기전에 선수단을 하나로 만든 김 감독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김 감독은 대회 우승이 선수들과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효과를 안겼다고 자신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U-23 대표팀은 A대표팀으로 올라가기 위한 아랫자리란 생각이 있다. 선수들에게 월반 기회를 열어줬다. 한국 축구 발전에도 좋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주전과 비주전 사이 격차를 없앤 김 감독의 ‘더블 스쿼드’ 운용은 대회 내내 화제였다. 매 경기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면서도 결과를 가져왔다.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골고루 출전 기회를 부여하는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성공한 바탕엔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자리했다. 김 감독은 “대회 참가하기 앞서 비슷한 날짜에 태국 전지훈련을 했다. 그때 느낀 건 날씨가 문제라는 거였다. 날씨를 극복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자고 계획했다”며 “로테이션은 그냥 돌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믿음이 있고 상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가능하다. 누가 나가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훈련 과정에서 준비하고 로테이션을 했다. 주전으로만 훈련하면 전력이 쉽게 노출된다. 상대가 우리를 분석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 있었기에 계속 활용할 수 있었다”며 “순간적으로 로테이션을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학범 한국 U-23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올림픽 본선에 나가는 만큼 만 23세 이상 선수 세 명을 선발하는 ‘와일드카드’ 주인공에도 관심이 쏠렸다. 김 감독도 와일드카드가 올림픽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인정했다. 다만 아직 어떤 선수를 선발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태국에서도,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얘기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한다. 어느 포지션에 누굴 뽑을지는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며 “진짜 팀에 필요한 선수로 갈 거다.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 자원들이 나이 차를 극복하고 기존 U-23 선수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헌신’과 ‘희생’하는 자세를 꼽았다. 그러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금메달) 당시 U-23 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세 선수 손흥민(28ㆍ토트넘 홋스퍼), 조현우(29ㆍ울산 현대), 황의조(28ㆍFC 지롱댕 보르도)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냐’였다. ‘너희 할 거 없어. 와서 볼 들고 물 들어’ 라고 했다. 또 ‘너희가 그런 행동을 하면 후배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너희가 헌신하고 희생하면 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거다’라고 세 선수에게 말했다”고 털어놨다. 와일드카드를 대하는 김 감독의 철학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이어 “와일드카드는 필요해서 소집한 선수다. 헌신이다. 볼 들고 물 들고 애들한테 커피 사주라 했다”며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겐 영광이다. 자동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똑같다”고 강조했다.

축구회관(서울)=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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