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규제 vs 완화…전문가 "시장 안정에는 규제완화 필요"
무조건적인 완화아닌 지역별 선별적인 선택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9일 주거공약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황보준엽 기자] 2019년 지난 한해 동안의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단연 부동산이었다.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2%대 저성장 보다도 주목을 받은 건 '집값'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4년에 걸쳐 총 18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금융·세제·청약 등을 총망라했으며, 규제를 가하지 않은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되례 집값은 계속 올랐다. 지난 2017년 문 정부 출범한 후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46% 상승했다. 중위가격 역시 이달 기준 9억1216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대비 3억원 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위가격이란 전체 아파트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으로, 중간값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해 서울 주택의 절반이 대출 규제 사정권 안에 들어가는 9억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선을 앞둔 정당들의 경제 공약도 대다수 부동산에 집중된 모습이다. 계속된 규제로 집값을 잡아보겠다는 쪽도 있는 반면, 현 정부의 규제를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정당도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2020 희망공약개발단은 최근 '시장중심 자율경제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및 주택담보대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이 담겼다. 또한 주택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고가주택기준을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서 12억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오히려 더 강력한 규제를 내세웠다. 이해찬 더민주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3주택을 보유하고도 세금을 많이 낸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3주택 이상을 소유했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과세표준 구간별로 현행 0.6~3.2%의 세율을 0.8~4%로 올리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다만 소속의원들의 강한 발언과 달리 지난 29일 주거공약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담지는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 이탈을 방지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대신 여당은 주거복지 강화를 약속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교통 중심지에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5만호)을 비롯해 ▲광역 및 지역 거점도시 구도심에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조성(4만호) ▲서울 용산 등 주요 코레일 부지와 국공유지에 청년·신혼 주택 신규 공급(1만호) 등 총 1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의당의 부동산 공약도 민주당과 비슷하다. 주요 골자는 주거안정이지만, 규제 강화를 통한 집값 억제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집값을 잡기위해 투기 억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이를 위해 정의당은 다주택자 종부세·보유세 강화, 기업 보유 부동산 과세 강화, 고위공직자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 금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평화당의 경우 부동산 공약, 경제공약 1호로 발표했으며, 20평형대 아파트를 1억원에 100만 호를 건립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장 실효성있는 방안으로 한국당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및 주택담보대출 완화 등의 공약을 지목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규제보다는 시장중심의 공약이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며 "특히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서울 공급량이 늘어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한국당의 재개발·재건축 및 주담대 완화는 무주택자들을 위해선 가장 필요한 공약"이라며 "그러나 고가주택기준을 12억원으로 늘린다는 것은 유주택자들을 위한 정책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조건적인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는 오히려 집값을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남권의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해당 전문가는 지역마다 선별적인 완화 조치가 이뤄진다면 공급량 증가로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모든 지역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한다면 강남과 강북간 집값 격차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무조건적인 완화는 오히려 집값을 키울 가능성도 있어 지역별로 선별화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코레일 부지 및 국공유지 주택 공급도 좋은 평을 얻었지만 선심성 대책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 본부장은 "서울 용산 등 주요 코레일 부지와 국공유지에 주택공급은 서울에서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택 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업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다 사업 시기 등이 전혀 명시되지 않아 '안 되면 말고' 식 공약으로만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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