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노조추천이사제로 갈등 봉합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노동이사제 두고 의견 엇갈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기업은행 노조 제공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받아들이며 노조와의 갈등을 봉합한 가운데 노조추천이사제가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제도다.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로 평가받는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윤종원 은행장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지난 27일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노사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노사 갈등이 봉합되자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3일부터 27일간 실시한 윤 은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지난 29일 윤 은행장은 첫 출근에 성공했고 취임식도 진행됐다. 

그러나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추천이사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들은 이달 9개 공공기관에 도입될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이유로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인 노동이사제가 국회에서 막히자 과도기적인 제도를 통해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로 지난 7일 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실패했고 지난해 기업은행과 국민은행도 고배를 마신 점을 제시했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변호사는 “그동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등 많은 은행들이 노동이사제를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며 “기업은행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도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 도입까지 갈 길이 멀어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그룹 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이사제에 대해 “그것은 이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기업은행에 노조추천이사제가 도입되는 것이 적절하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공기관 성격이 강한 기업은행에서 주주가 아닌 내부 구성원이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와 비슷한 미국의 경우 노동이사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독일도 문제의식이 있다고 판단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이사회가 이중구조로 노동이사제가 감사적인 성격을 지닌 이사회에 반영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고동원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조직 구성원인 근로자를 위한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며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충분히 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 사외이사의 구성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독일,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를 우리나라도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노조의 목소리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될 수 있고 노사 갈등이 있을 경우 이사회 내부까지 그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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