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연.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2020년 시작과 함께 KBO리그가 사건 사고로 얼룩졌다.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 야구계 구성원들의 일탈 행위에 팬들의 피로감은 나날이 쌓여간다.

정운찬(73) KBO 총재는 신년사에서 “클린베이스볼 확립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총재의 약속은 올해도 공염불에 그쳤다. 1월이 지나가기도 전에 3차례의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프로야구단 현역 코치와 선수가 폭력을 행사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음주 운전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충연(23)은 24일 오전 2시쯤 대구 시내 모처에서 차를 몰다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농도는 0.036%였고, 조만간 담당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삼성 구단은 24일 오전에 KBO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KBO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품위손상행위 규정에 근거해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삼성 구단도 자체 징계를 할 계획이다.

학습 효과가 전혀 없다. 최충연은 지난해 팀 선배 박한이(41)가 숙취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불명예스럽게 은퇴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봤음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경각심도 없고, 프로 선수이자 공인으로서 책임감도 전혀 없다.

KBO와 구단들도 곤혹스럽다.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나 성인인 선수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선수들의 일탈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KBO와 구단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일탈 행위가 적발되면 과거보다 강력한 징계를 내리고 있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정금조 KBO 운영본부장 겸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선수협과 협력해서 일탈행위 예방을 위해 교육도 자주하고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자꾸 발생해서 안타깝다. 리그의 구성원들이 책임의식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KBO 리그의 누적 관중은 728만6008명으로 4년 만에 800만 명 돌파에 실패했다. 암흑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프로야구를 이끌어가는 구성원들은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듯하다. 팬들의 사랑과 신뢰를 먹고 사는 프로스포츠에서 리그를 이끌어가는 구성원들이 일탈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과 같다. 경기력보다 팬들을 더 실망하게 하는 건 선수단의 도덕적 해이다. 경기 외적인 사건·사고가 안기는 실망감은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싶지 않다면 각성해야 한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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