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후 6~7시 백화점 피크타임에도 손님 없이 한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저녁 피크타임에도 한산한 백화점 식품관. / 사진=변세영 기자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 국내 감염자 수가 31일 기준 11명을 기록하면서 위기가 ‘경계’ 단계에 왔다. 폐렴 확산에 대한 공포는 시민들의 행동반경과 소비패턴에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백화점을 필두로 경기 침체를 몸소 느끼고 있다.

지난 30일 늦은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을 지나가는 행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길을 걸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로 약국만 유독 붐볐다. 마스크를 찾는 사람이 워낙 많은 탓인지 약국 입구에서부터 마스크 상자 수십 개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약국은 마스크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 사진=변세영 기자

약국과 달리 백화점과 면세점은 한산했다. 평소엔 쇼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롯데 소공 면세점이지만 이날은 한 눈에 보기에도 손님보다 직원이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의 출입이 잦은 면세점 업계는 일찌감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주 2회 방재 소독 실시, 고객에 마스크 지급, 그리고 매장 내 손 소독제 배치를 확대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일부 매장에는 직원이 17명가량 근무하고 있었지만 손님은 5명이 채 되지 않는 정도였다. 면세점에 있는 손님과 직원들 10명 중 8명은 모두 우한 폐렴을 걱정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백화점도 상황은 같았다.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안내데스크 직원이나 보안요원, 매장 직원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손님을 응대했다. 목요일 오후 6시, 백화점 매출의 피크타임으로 불리는 시간대였지만 매장은 조용했다. 평소엔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 식품관이지만 이날은 유난히 빈자리가 많았다. 식품관 내 매장은 일찌감치 마감세일에 폭탄세일까지 더해 손님을 끌어모았다.

백화점 식품관 직원 A씨는 “오늘 백화점에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면서 “매일 마감세일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오늘은 물건이 너무 많이 남아서 마감 떨이 세일을 일찍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프라인 면세점은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 사진=변세영 기자

명동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쇼핑 1번가로 꼽히는 장소다.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의 경우 롯데백화점 내 매출 1위, 국내 백화점 매출규모 2위를 달리는 매장이다. 하지만 고객이 몰린다는 '목금' 중 하루인 지난 30일, 기자가 방문한 롯데백화점 소공은 한없이 조용했고 한산했다. 올해 백화점 업계의 전체적인 쇠락이 강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실제 지난 2015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 지표에 따르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를 강타할 당시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9%, 전월 대비 26.7% 하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메르스보다 높다고 파악한 만큼 오프라인 상권의 침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평소 사람들로 붐비는 백화점 식품관은 코로나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았다. / 사진=변세영 기자

설상가상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짐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가의 매출 하락이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전자상거래는 연평균 20% 이상 성장을 거두며 지난해 2019년 기준 그 사이즈만 80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올해는 '우한 폐렴' 사태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백화점과 마트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온라인 커머스만 날개를 달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백화점과 면세점, 그리고 대형마트까지 연쇄적인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시장에 치이고 코로나 바이러스 악재까지 겹쳐 최악의 한해를 보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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