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증권사와 사모펀드 운용사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개인투자자 손실 키워
라임 이은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환매중단은 TRS 회수 탓?
대형 증권사들 "TRS 자금 당분간 회수 안겠다"
연이은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총수익스와프(TR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최근 연이은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일부 증권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한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6700억원 가량이 증권사들과의 TRS 계약 금액으로 알려져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라임 측이 이들 증권사의 TRS 금액을 우선 변제할 경우, 다른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1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에 따라 라임 펀드의 자산에 대한 상각 등이 이뤄질 경우 손실액은 더 커질 수도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3개 모(母)펀드와 관련해 TRS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3곳이다. 계약 규모는 대략 신한금융투자가 5000억원, KB증권이 1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TRS 계약은 일종의 자금 대출로 볼 수 있다. 증권사가 펀드 자금이 부족한 자산운용사에게 투자자금을 빌려주고 운용사는 이를 활용해 조달한 펀드 자금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한 레버리지 효과로 펀드의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투자 대상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증권사들이 TRS 자금을 조기 회수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라임에 이어 최근 펀드환매를 중단한 알펜루트자산운용의 경우 증권사의 TRS 자금 회수가 펀드의 유동성 문제를 야기했다.

이로 인해 알펜루트는 지난 28일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에 대한 환매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아직 환매일정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의 환매신청이 들어온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에 대해서도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라임 사태 이후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잇따라 투자금 회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의 TRS 자금 조기 회수가 잇따른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 금융당국 입장에선 이를 방관할 수만은 없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날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3사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자금회수 계획 등 이번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앞서 라임자산운용과 TRS 계약 증권사, 펀드 판매사 등은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펀드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라임과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우선 변제권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의 입장에선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굳이 협의체에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 라임과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협조를 부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증권사들도 무작정 TRS 자금의 조기회수를 주장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TRS 자금 회수로 사모펀드 가입자들의 손해가 커질 경우,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증권사에겐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이에 증권사들은 알펜루트 외 여타 사모펀드 운용사의 펀드에서 TRS 관련 자금을 당장 회수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다수의 TRS 계약을 맺은 6개 대형 증권사는 이 같은 입장을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TRS 자금을 일시에 회수하지만 않는다면, 사모펀드 환매를 둘러싼 현재의 혼란은 다소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현재 증권사들의 TRS 계약 규모는 대략 2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다만 증권사의 TRS 자금 회수가 연기된다고 해서 최근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본질적인 해결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펀드 운용사의 안정적인 자금 운용과 유동성 관리, 내부통제 강화 등이 필수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기본적인 위기관리와 내부통제 능력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든다"면서 "그간의 투자 행태에 대한 업계와 금융감독당국의 반성과 함께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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