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죄 많은 소녀’(2017)속 전여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해치지않아’ 속 그의 모습은 신선하기 그지없다. ‘죄 많은 소녀’에서 결백을 증명해야하는 소녀로 분해 뇌리에 각인되는 연기를 펼친 전여빈이 ‘해치지않아’를 통해 마냥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분했다. 극 중 사육사이자 나무늘보 탈을 쓴 김해경 역을 맡아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십분 발휘했다. 실제로 마주한 전여빈 역시 에너지 넘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쾌감을 느꼈다”며 밝게 웃었다.

-오랜만에 밝은 역할에 도전했는데 촬영 현장은 어땠나.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우리 영화의 상황 자체가 기발하지 않나. 기상천외한 동물탈을 쓰고 동물원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재미있었다. 마치 놀이터에서 노는 기분이었다. 상업영화 주연작으로 첫 작품이기도 한데 돈을 받으면서 일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원래 나무늘보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정해진 거였나.

“사실 이 영화는 ‘죄 많은 소녀’ 개봉 전에 출연 제안을 받았다. 손재곤 감독님이 ‘구해줘’와 ‘여배우는 오늘도’에서 내 모습을 보셨다고 했다. 작품 속 모습과 사석에서 만난 내 모습이 다르게 빛나고 있는 게 좋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무늘보 캐릭터를 제안하셨는데 순간 너무 당황했다. 감독님이 책을 읽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해도 좋다고 했다. 그날 바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나무늘보라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 하는 장면이 많았을 텐데.

“영화 이야기에서는 계속 매달려 있지만 실제로는 잠깐이다. 나무늘보는 정말 안 움직이는 동물이라 다른 동물을 연기한 배우들보다 덜 힘들었다. 또 우리 영화 제작팀에서 영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모션 연기팀을 따로 꾸려줬다. 우리가 어색하지 않게 행동할 수 있게 모션 액터님들이 지도해줬다.”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나.

“이야기 자체가 귀여워서 나는 해경의 드라마를 착실히 따라가고자 했다. 더 크게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동물원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속 잘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경이는 평소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캐릭터가 아닌데 나무늘보 탈을 썼을 때만 이 친구의 활발함이 잘 표현될 것 같았다. 나무늘보 탈을 쓰고 있을 때는 고릴라(김성오)에게 저녁 먹었냐고 묻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탈을 쓰지 않을 때와 탈을 썼을 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데뷔에 비해 대중에게 빨리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연기 방식이 있나.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감독님들이 주는 디렉션을 잘 흡수하는 편이다.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다. 이런 상황, 저런 상황 속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앞으로 작품을 더 많이 해봐야 내 연기 방식을 알 것 같다. 한석규 선배도 아직 연기를 잘 모르겠다고 하지 않나. 그런 걸 보면 선배들도 늘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계속 고민하고 발전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동물원의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동물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나.

“많이 생각하게 됐나. ‘해치지않아’에 나오는 북극곰 까만코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태수(안재홍)가 정형행동이라고 한다. 일종의 동물의 정신병과 같은 증상이다. 아무리 동물원을 잘 꾸려도 거기 있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느낄 것 같다. 시멘트 감옥처럼. 어렸을 때 동물원에 갔을 때 어떤 동물이 벽에 머리를 찧는 걸 봤다. 그게 정형행동, 이상행동이었던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공존해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영화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너무 좋아했다. 이 작품에 참여한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치지않아’가 마냥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니까. 그걸 가족들도 좋게 봐준 것 같다. 손석구와 최희서 역시 응원을 해줬는데 너무 고마웠다. ‘멜로가 체질’로 호흡을 맞춘 이병헌 감독님 역시 ‘너무 사랑스러운 나무늘보를 봤다’며 칭찬해줬다.”

-새해 목표가 있나. 30대에 접어들어 대중의 주목을 받은 만큼 각오가 남다를 텐데.

“1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죄 많은 소녀’ 개봉하고, ‘천문’과 ‘멜로가 체질’을 촬영한 뒤에는 ‘낙원의 밤’을 찍었다.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어도 기회를 만나는 게 어려웠다. 계속해서 기회를 만나지 못하면 이 일을 접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게 ‘죄 많은 소녀’를 찍을 때, 29살 때쯤이었다. 보통 그 나이 되면 자기 자신을 책임져야 하고, 사회 초년생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지 않나. 나는 그 때 너무 내 몫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연기자의 꿈이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게 마지막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서른 살까지 내 일을 못하고 있으면 다른 일을 알아보자고 가족들에게 얘기하기도 했다. 다행히 꾸준히 버틴 결과 기회를 만나게 돼서 감사하고 기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 ‘믿보배’ 배우가 되고 싶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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