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인 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 수가 점점 늘어나며 영화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확진자만 15명(2일 기준)이 발생하며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우한폐렴 확진환자가 다녀간 극장은 영업이 중단되고 영화 행사는 취소되는 등 영화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 영업중단 사태까지..마스크 착용·손 세정제 의무화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 CGV성신여대입구점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연합뉴스.

5번째 확진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CGV 성신여대입구점은 지난 30일 영업을 중단했다. CGV 관계자는 “성신여대입구점은 1월 30일 구청에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고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자체 방역과 추가로 보건소 방역을 했다. 고객들의 안전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 방침에 따라 안전을 점검하고 대응할 생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CGV는 2일까지 성신여대입구점의 영업을 임시 중단하고, 안전 확인 후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12번째 확진환자가 다녀간 CGV부천역점 역시 1일 영업을 중단했다. CGV 측은 이날 오후 7시경 홈페이지를 통해 “CGV 부천역점에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임시휴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알렸다.  부천역점은 확진자 방문 사실을 확인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오후 7시 10분쯤 모든 고객을 퇴장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앞서 우한 폐렴 발생 후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협조 공문을 멀티플렉스 극장에 보냈다. 공문에는 신고센터 운영 및 관련 담당자 지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관련 수칙에 관한 안내문과 손 세정제를 비치, 코로나바이러스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강화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상영관 업체들은 전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하고 극장 내에 손세정제를 비치하며 위생관리 매뉴얼을 지키고 있다.

■ 우한 폐렴, 관객수 감소 영향 미치나

영화 '사냥의 시간'(왼쪽부터)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 리틀빅픽처스·NEW·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극장뿐 아니라 영화계 역시 우한 폐렴 불똥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은 확진 환자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관객수가 감소했다. 이 영화는 설 연휴 개봉 당시 50만~70만 명 이상의 일일 관객을 동원하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연휴가 끝난 후인 평일 29일에도 21만1957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그러나 확진 환자가 6명으로 늘어난 30일에는 11만 명으로 관객이 감소했다. 주말인 1일 21만4009명을 동원하며 400만 관객을 돌파했으나 당초 영화의 흥행세와 비교하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화 홍보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오는 5일 진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 쇼케이스는 취소됐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쇼케이스 행사를 취소한다. 행사를 기다려준 모든 분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롯데컬처웍스 역시 7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관객과의 대화를 잠정 연기했다.

‘클로젯’으로 개봉을 앞둔 하정우는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큰 일이 발생했다. 이것 또한 영화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하루 빨리 잘 정리가 되어 안정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대중의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개봉을 앞둔 영화들도 고심에 빠졌다. 현재까지 개봉을 앞둔 영화는 10여 편 가량이다. 하정우와 김남길을 내세운 ‘클로젯’, 라미란의 ‘정직한 후보’,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등 젊은 피를 자랑하는 ‘사냥의 시간’ 등이다.

투자배급사 NEW는 내달 12일 예정된 ‘정직한 후보’의 개봉일 변경을 검토 중이다. 같은 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개봉할 계획이던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도 개봉일 변경을 논의 중이다. ‘클로젯’과 ‘버즈 오브 프레이’ ‘조조 래빗’ 등은 예정대로 오는 5일 개봉한다.

하지만 극장은 관객수 감소가 우한 폐렴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한 극장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1월 말부터 극장은 비수기에 접어든다. 관객 수 감소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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