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라미란으로 시작해 라미란으로 끝난다. 영화 ‘정직한 후보’(12일 개봉) 이야기다.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한국 정서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밥 먹듯 거짓말하는 국회의원이 어느 순간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려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주상숙은 서민이 살기 좋은 세상을 외치지만 이와 거리가 먼 일상을 살고 있다. 낡은 아파트에서 헤진 신발을 신고 살아가는 듯하지만 일과를 마친 후에는 자신만의 고급 저택으로 향한다.

주상숙은 뻔히 살아있는 할머니 김옥희(나문희)를 팔면서까지 거짓말을 일삼는다. 4선 선거를 코앞에 둔 그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선거운동에 힘을 쏟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옥희는 “내 손녀가 제발 거짓말을 멈추게 해달라”며 빌고 하루아침만에 주상숙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된다.

영화 '정직한 후보' 리뷰.

주상숙의 입에서는 하고 싶지 않은 ‘솔직한’ 말들이 튀어나온다. 남편 봉만식(윤경호)과 관계부터 자서전 대필고백 등 선을 넘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평소 불만이 많았던 시어머니 앞에서는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일을 벌이는 건 주상숙인데, 이를 수습하는 건 보좌관(김무열)의 몫이다.

영화는 거짓말을 못하게 된 주상숙의 변화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정치인’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다. 국회의원의 거짓말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풍자적이면서도 날카롭게 파고든다. 4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대한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코미디 장치로 정치를 풍자하며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메가폰을 잡은 장유정 감독은 “정치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요즘, 유머와 위트를 통해 정치를 풍자하는 원작이 이끌렸다. 영화 속 에피소드의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남자였는데, 이번 영화에선 여자다. 성별이 바뀌다 보니 주변 인물들이 바뀌었다. 정치 풍자적인 부분도 한국에 맞춰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로 첫 원톱 주연에 나선 라미란의 뻔뻔하고 능청맞은 코미디 연기가 시선을 붙든다. 아이러니한 상황 속 거침없는 돌직구 발언을 시원하게 드러내며 관객들을 웃게 한다. 가식 없는 정치인의 모습을 신선하게 묘사하는 재주까지 발휘한다.

다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전개가 늘어진다. 초반에 빵빵 터뜨린 코믹적인 요소의 ‘약발’이 떨어진 탓이다. 러닝타임은 긴 편이 아닌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지루함을 자아낸다. 러닝타임 104분. 12세 관람가.

사진=NEW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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