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기업 생산차질 우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연합뉴스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휘청거리고 있다. 상황을 우려해 중국 정부가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리자 공급망 긴급 점검에 나섰다. 특히나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인근 지역만 춘제 연휴 연장을 발표했지만, 사태 악화로 연장 지역도 늘고 있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망(環球網)에 따르면 상하이(上海)시와 장쑤(江蘇)성, 광둥(廣東)성 등 최소 16개 성과 직할시가 기업들의 연휴 기간을 오는 9일까지로 연장했다. 베이징(北京)시 정부도 지난주 금요일 기업들에 이 같은 내용을 통지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쑤저우(蘇州) 가전 공장을 8일까지 가동 중단할 예정이며, LG전자도 지방정부 방침에 맞춰 생산 재개 일정을 늦추고 있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인 베이징현대도 베이징시 정부 방침에 따라 공장 가동중단을 연장한다.

SK이노베이션 창저우(常州) 배터리 조립공장도 오는 9일까지 생산라인 정지한다. 회사는 본격 납품은 하반기부터여서 현재로선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 중국 옌청(鹽城) 배터리 공장도 건설 일정을 늦추게 됐다. LS전선 또한 이창(宜昌)과 우시(無錫)의 케이블 공장 가동 중단을 각각 오는 9일까지로 조정했다. 회사는 확보해둔 재고를 통해 납품 일정을 맞추기로 했다.

LG화학은 중국 난징(南京) 배터리 공장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안(西安)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無錫) 공장 등 반도체 생산라인은 춘제 연휴에도 최소 인력으로 가동돼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쑤저우(蘇州)를 비롯한 모든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옌타이(煙台) 모듈 공장 외에는 모두 정상 가동되고 있다.

SK종합화학의 우한(武漢) 정유화학공장은 한번 껐다 켜는 데 최장 2주간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업계는 중국 부품, 소재 공장의 가동 중단이 장기화가 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중국 공급망 문제로 국내 공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는 전선 부품(와이어링하니스)이 공급되지 않아 재고 부족으로 완성차를 조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이번 주말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의 특근을 철회하는 등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일부 차종은 이번 주에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종별로 들어가는 와이어링 제품이 다르다 보니 재고사정도 차이가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와이어링하니스 외 다른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협력업체들이 중국에서 재료를 조달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생산하던 와이어링하니스를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에서 조달하면서 생긴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이 부품의 생산과 관련해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생산기지가 이미 외국에 많이 진출했고, 대부분 저가 생산기지여서 국내로 유턴하기 쉽지 않으며 원가가 상승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공장 가동 중단 사태에 긴장하며 바라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일본 히타치는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공급망에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애플도 협력업체 대만 폭스콘의 중국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신종코로나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고, 부품 소재 단의 영향도 면밀하게 파악 중이다.

이밖에 LG전자와 LG화학, LS산전 등도 부품과 원자재 공장 가동 일정 현황을 파악하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반적인 SCM(공급망관리)에 나섰으며 SK하이닉스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중국 정부의 교통 차단과 국경폐쇄, 지방 정부의 지침 등 변수가 많고 부품 공장 출근이 미뤄지고 있어 제대로 된 상황 파악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항구 위원은 "일본은 동일본대지진 등의 학습효과로 납품선 다변화 고민을 했다"며 "혼다도 중국 공장이 멈춰서니 필리핀 등 동남아 기지를 활용한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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