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2020도쿄올림픽 취소 내지는 연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열리는 제35회 도쿄하계올림픽이 취소 내지는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 앞에 놓였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연기 내지는 중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코로나)의 전 세계적인 확산 때문에 개최지 변경을 주장하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다. 전 세계 화합과 평화의 장(場)인 올림픽이 자칫 바이러스 확산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비친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도쿄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 도쿄올림픽 취소는 가짜뉴스?

1월 30일 트위터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쿄 올림픽 중단'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들이 급속도로 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도쿄올림픽이 취소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소문은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BUZZAP!'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BUZZAP!'는 지난달 29일 독일 DPA 통신이 도쿄올림픽 개최 취소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렸다. 해당 글은 삽시간에 퍼졌고, 일부 일본 매체가 내용을 받아 쓰며 확대 재생산됐다. 하지만 해당 기사의 원문에는 WHO와 IO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도쿄올림픽 취소를 검토한다는 부분은 없다.

도쿄올림픽조직위(이하 조직위)는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조직위는 "개최 취소와 관련해 공표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담당상은 지난달 30일 "도쿄올림픽은 문제없다. 변함없이 확실히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불안 불식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최초 발병 후 8개월 여간 지속된 점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지카바이러스 창궐로 올림픽 취소 및 연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전례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發) 도쿄올림픽 취소 및 연기 주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0 도쿄올림픽 일부 종목 예선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 홈페이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직격탄, 올림픽 예선 줄줄이 취소

시작은 가짜뉴스였을지 몰라도 도쿄올림픽 취소 우려를 키우는 현실적인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애초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 예선 경기들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예선 경기 연기에 따른 본선 경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3일부터 14일까지 우한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복싱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장소가 변경됐다. IOC 태스크포스(TF)팀은 지난달 26일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을 3월 3일부터 11일까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팀은 남자 8명, 여자 5명 등 모두 13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계획이다.

앞서 여자축구 도쿄올림픽 예선도 장소가 변경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3일부터 9일까지 여자축구 최종예선 B조 경기를 우한에서 치르기로 했다가 난징으로 바꿨다. 하지만 중국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되면서 아예 중국을 벗어나 호주 시드니로 장소를 변경한 상황이다.

세계레슬링연맹(UWW)은 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 시안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아시아 쿼터 대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새로운 장소 물색에 나서고 있다. 대체 개최지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 검토되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UWW가 최근 대회 유치 의사를 물어왔고, 이에 응했다"고 밝혔다. 개최지 변경 여부와 새 개최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결정될 전망이다.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영향에 2020 도쿄올림픽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중일전쟁 후 83년 만, 또다시 올림픽 취소 위기에 몰린 일본

도쿄올림픽은 인류 역사상 첫 한 국가의 두 번 올림픽 개최 취소이자 역대 4번째 취소라는 불명예 앞에 놓여 있다. 사실 도쿄는 아시아 첫 올림픽인 1964년 올림픽보다 무려 24년 앞선 1940년 올림픽 개최지였으나 취소의 비운을 맛봤다.

1937년 일본은 수도 도쿄에서 열리기로 한 1940년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다. 세계 평화를 주창한 IOC의 바람과 달리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1937년 7월 7일~1945년 9월 2일)을 일으켰고, 각의는 올림픽 개최권 반납을 결정했다. 자국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핑계로 올림픽을 포기, 반납한 사례는 도쿄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일본이 반납한 1940년 올림픽 개최권은 핀란드 헬싱키로 넘어갔다. 하지만 (구)소련이 1939년 핀란드를 침공해 헬싱키 올림픽은 중지됐다. 이후 1944년에도 세계 제2차 대전의 영향으로 올림픽은 취소됐다. 결국 전쟁의 폐허 속에 1948년 런던에서 8년 만에 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이보다 앞서 1912년 스톡홀롬 대회 이후 1916년 열리기로 했던 올림픽은 세계 제1차 대전 발발로 취소됐다. 지금까지 취소된 3차례 올림픽은 모두 전쟁 때문에 막을 올리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이 인류 역사상 첫 바이러스에 의한 올림픽 개최 연기 및 취소라는 불명예의 희생양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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