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감원 제재 불복시 회장 연임 가능, 금융당국과 갈등구도는 부담
제재 받아들이고 회장직 내려 놓으면, 차기 회장 선임 '난망'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향후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우리금융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향후 거취에 금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회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 처분이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경우,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물론 손 회장과 우리금융이 이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와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손 회장은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재에 불복,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다면 우리금융그룹 전반의 경영 리스크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이에 손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7일 정기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는 작년 결산 실적을 보고받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DLF 사태와 관련된 징계에 대한 대응 방안과 함께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앞서 금감원의 DLF 관련 제재 결정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과 함께 금감원의 제재심 결과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단독 추천할 예정이었던 우리금융 그룹임원추천위원회는 차기 행장 후보 선임 일정을 연기했다. 우리금융 내 유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이끌어 갈 차기 행장은 금융그룹 회장과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손 회장이 향후 거취가 정해진 후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심은 손 회장이 차기 회장 연임을 위해 금융당국과 대립할 것인가, 아니면 회장직을 포기하고 물러난 것인가의 선택이다.

물론 두 가지 선택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이다. 손 회장은 현재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나 주주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이미 금감원의 중징계 사전통보가 있었음에도 이사회가 손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손 회장은 과거 은행장 시절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의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우리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은 과거 공적 자금을 받기 위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이후 양쪽 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아 왔다.

우리은행의 내부 갈등을 해결한 손 회장은 이어 금융그룹 회장직을 맡은 후에도 양호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갑작스레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당장 손 회장을 대신할 만한 뚜렷한 인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경우 우리은행장은 물론 그룹 회장직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그간 잠잠했던 한일·상업은행 출신간 내부 갈등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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