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환율 따라 수출경쟁력과 수입물가 정반대 행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의 묘' 찾아야

환율을 대외경쟁력의 출발점으로 여기는가, 아니면 결승점으로 보는가? 환율의 높낮이에 대한 시각은 사뭇 다르다.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환율이 왜 높은지, 아니면 왜 낮은지에 대한 판단 근거 없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심정적으로 환율이 낮거나 높다고 엉뚱한 주장을 펴곤한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흐름을 도외시한 채 환율을 특정 목표를 위하여 마음대로 올리거나 내리는 일이 벌어진다. 엉뚱하게 ‘환율주권’을 내세우는 난센스까지 종종 등장한다.

경제성장을 보다 중시하는 경우엔 환율이 가격경쟁력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에 원화절하(환율상승)을 유도하려 한다. 환율을 후생과 복지를 위한 결승점으로 여기면 원화절상(환율인하)을 선호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환율과 거시경제현상과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가급적 시장개입을 피하고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기능을 존중하여야 한다.

환율이 어떤 때는 경제적 착시효과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마술 아닌 마술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 특별한 장면을 되돌아보자.

국제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2009년 국민계정을 보면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1인당 명목국민소득(GNI)이 2,127만 원에서 2,192만 원으로 전년 대비 3.04% 상승했다. 그러나 원화 환율이 13.6%나 상승하여, 달러 베이스 국민소득은 전년 1만 9,296달러에서 11%나 떨어진 1만 7,175달러로 주저앉았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첫째, 원화 베이스로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경제적 성과를 거뒀으나, 달러 표시로 보면 불황의 늪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둘째,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3.8%p였으나,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늘어나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4.0%p를 기록하였다. 셋째, 전체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3.4%에 달하여 실질국민소득은 원화표시로도 마이너스였다.

그 당시 한국경제는 소비수요 감소, 국내투자 감소 같은 내수부족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증대로 수출은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환율상승의 대가로 가계는 저성장의 어려움 속에서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을 크게 떠안아야 했다.

가계 부실이 점차 심화되어 가는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고환율의 부작용이다. 기초경제여건이 변하지 않는데도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 가격경쟁력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수출입물가 상승으로 서민경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환율이 낮아지면 수입물가가 하락하여 가계의 후생과 복지는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반대급부로 수출경쟁력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가계의 후생과 복지를 중시한다면 환율이 국제경쟁력의 결승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성장을 우선시하는 환경에서는 환율이 대외경쟁력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결승점과 출발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어야 지속적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대국 통화와의 교환비율인 환율도 금리나 주가와 마찬가지로 거시경제와 균형을 잃고 적정수준을 벗어나면 경제순환을 어긋나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 결과 누군가는 특별이익을 얻는 대신에 다른 누군가는 특별손실을 보기 마련이다. 부가가치 창출과 무관한 소득이전 부작용이 누적되면 성장잠재력 저하 같은 치명적 폐해가 닥친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쉼 없이 변화하여 가는 거시경제 현상을 진단할 때는 어느 한 부분만이 아닌 전체를 보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부분은 옳고 전체로는 틀리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하게 되어 거시경제 불균형을 초래한다. 경제운용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외환시장에서도 어김없이 들어맞는 명언이다.

한스경제 칼럼니스트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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