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후 첫 개장한 중국 증시, 7% 급락...불확실성 완화
반도체 가격 반등 등 호재 '주목'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우한 폐렴)' 확산 우려로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 하지만 설 연휴 이후 개장과 함께 급락세를 이어왔던 지난 주와는 사뭇 양상이 달랐다.
3일 개장 초 1.7% 가량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중 2.3% 이상 하락세를 보였던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0.7% 가량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증시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의 확산 소식과 함께 뒤늦게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충격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경제지표 호조, 반도체 가격 반등 등 증시에 우호적 재료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 코스피, 낙폭 대부분 만회하며 2100선 지지...저점 기대감 '확산'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대비 0.13포인트(0.01%) 내린 2118.88로 마감됐다. 1.53% 떨어진 2086.61로 출발한 코스피는 기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와 개인의 동반 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1699억원, 1178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3073억원 가량 주식을 팔아치웠다.
결과적으로 코스피는 사흘 연속 하락했지만, 이날은 낙폭을 대부분 줄이며 향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장중 무너졌던 2100선을 바로 회복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총 상위주의 반등도 지수 저점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개장초 2% 가량 갭하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낙폭을 모두 만회하고, 오히려 각각 1.42%, 1.28% 가량 상승 마감했다. 이 외에도 LG화학이 3.7% 가량 강세를 보였으며, 삼성SDI도 2.9% 올랐다. 셀트리온도 0.9% 가량 상승 마감했다.
반면 현대차와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은 1% 내외 하락세를 보였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휴장중이었던) 중국 증시 급락에 대한 우려로 선조정을 받은 한국, 홍콩 증시 등은 낙폭을 줄이며 반등을 시도했다"며 "주식시장은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실적 훼손이 적은 핵심주 중심으로 선별적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춘절 후 첫 개장한 중국 증시, 7% 급락...불확실성 완화
'우한 폐렴' 사태의 원흉인 중국이 기나긴 춘절 연휴를 마치고 이날 시장에 복귀했다. 중국 정부는 앞서 폐렴 확산 등을 이유로 증시 휴장을 연장한 바 있다.
이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8.7% 가량 갭하락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그간 아시아 시장의 하락 폭을 반영한 수치다.
하지만 상해지수는 이후 낙폭을 더 키우지는 않았다. 개장 초 지수를 저점으로 낙폭을 다소 줄였다. 이날 상해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9.92포인트(7.72%) 내린 2746.61로 마감됐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다리던 중국 주식시장이 개장했다"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 악재 자체보다 막연한 불안감을 더 싫어했다"며 "중국 주식시장 개장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 개장으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향후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 연구원은 "상해종합지수의 낙폭이 8%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이날 (투자자들의) 반응을 패닉셀로 보기 어렵다"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거 감염병 사례와 비교하면 주식시장의 단기 이슈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 전염병 이슈, 길어야 한달...반도체 가격 반등 등 호재 '주목'
이제 중요한 것은 향후 정부의 대응과 경제 상황이라는 주장들도 나온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전염병 이슈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한 달 정도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진행중이지만, 각국 정부가 대응에 적극적"이라며 "점차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점과 정부 대응이 강화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1~2주가 클라이막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 위축과 여행 업계의 피해가 1분기 제조업 분야의 공급 충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지만,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반길 만한 긍정적 재료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6.1% 감소했으나, 설 연휴를 고려하면 일평균 수출은 4.8% 가량 늘었다. 이는 14개월 만의 증가 전환이다. 또한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반도체 시장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지난 1월 PC 디램(DRAM) 고정거래 가격은 8기가바이트 기준으로 전월 대비 1% 상승했다. 서버용 디램 모듈 가격 역시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개선 및 기업 이익 추정치 개선에 있어 필요조건이다.
실제로 이날 증시 하락 속에서도 반도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 이상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 주가바닥은 언제쯤?...최대 피해주 동향에 '주목'
'우한 폐렴' 사태 이후 급락했던 기업들의 주가 향방에도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우한 폐렴'의 최대 피해주로 지목된 중국 소비 및 여행 관련주들은 과거 사스(SARS)와 메르스 발생 당시 한 달 간 20~30% 가량 주가가 급락했다.
파라다이스와 호텔신라, 대한항공, 아시아나,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외국인 카지노와 면세점, 항공, 여행, 화장품 관련 기업들의 주가 역시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이 같은 전염병이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은 한 달을 크게 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이후 2달 이내에 회복세를 보였다.
허재환 연구원은 "악재가 정점을 지났는지 여부를 보는 잣대 중 하나는 최대 피해주들의 주가가 안정을 찾는지 여부"라며 "아직은 악재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가는 질병 피해가 최악에 도달하기 두 달 전에 바닥을 형성했다"며 "주가 바닥은 2~3월 중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한 폐렴'의 최대 피해주로 지목된 파라다이스 주가는 이날 4.7% 가량 급락세를 모두 만회하고, 전일대비 1.7% 이상 상승 마감했다. 파라다이스 주가는 최근 2주간 주간 기준 각각 7%, 15% 가량 급락했다.
김동호 기자 stockn1@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