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해외 진출 준비하던 중 스페인에서 영입 제안
마드리드CFF 입단으로 한국 女 최초 스페인 진출
팀에 통역사 없지만 한국인 코치에 도움받아
직접 경험한 스페인 축구는 한국과 많이 달라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미얀마의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1차전을 마친 뒤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에 나선 대표팀 수비수 장슬기. /이상빈 기자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잉글랜드보다 스페인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 장슬기(26ㆍ마드리드 CFF)는 커리어 첫 번째 유럽 무대로 스페인을 택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한국 선수 최초의 스페인 여자축구 리그 진출이다. 도전자면서 선구자다. 그보다 앞서 유럽에 나간 대표팀 동료들이 잉글랜드로 떠난 것과 큰 차이다. 누구도 밟지 못한 길에 서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했지만 자기를 믿었고 일생일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이베리아반도에서 모험을 시작했다.

2013년 데뷔 이래 꾸준히 국가대표팀 왼쪽 측면 수비를 담당해온 장슬기는 3일 한국과 미얀마의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1차전이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측면에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미얀마 오른쪽을 공략했다.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7-0으로 승리했다. 장슬기는 전반 4분 선제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대한축구협회

아울러 전방까지 올라가 미얀마 페널티 박스까지 침투해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기회를 열어줬다. 전반 5분 대표팀 에이스 지소연(29ㆍ첼시 레이디스 WFC)의 페널티킥 골도 장슬기가 얻어낸 반칙에서 비롯했다. 이날 한국은 장슬기와 함께 ‘트리플 멀티골’을 터뜨린 지소연, 박예은(24ㆍ경주한수원), 여민지(27ㆍ수원도시공사)가 맹활약하며 미얀마를 7-0으로 대파했다.

경기 뒤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 응한 장슬기는 스페인 리그 진출에 얽힌 비화를 공개하는 동시에 해외파로 대표팀을 오가는 특별한 경험과 관련한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자치제 세바스티안 데 로스 레예스를 연고로 하는 마드리드 CFF와 입단 계약에 합의하며 유럽행을 이뤘다. 마드리드 CFF는 2010년 창단한 젊은 구단이다. 스페인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 프리메라 디비시온(프리메라 이베르드롤라)에 소속돼 있다.

장슬기는 이금민(26ㆍ맨체스터 시티 WFC), 조소현(32ㆍ웨스트햄 유나이티드 WFC), 지소연이 누비는 잉글랜드에 관심이 있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던 찰나 마드리드 CFF에서 영입 제안이 왔고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지난달 17일(한국 시각) 입단식을 치러 마침내 스페인 리거가 됐다.

지난달 17일 스페인 마드리드 CFF 공식 입단식을 치른 장슬기. /마드리드 CFF 트위터 캡처 

장슬기가 직접 경험한 스페인 축구는 새로웠다. 조직적인 움직임에 집중하는 한국과 달리 선수가 주도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한국 선수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데 양보하는 느낌이 있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자기 몸에 있는 공은 패스를 많이 안 하고 결정 짓는다. 자신감이 좀 더 있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지도자들의 지도 방식도 신기했다. “일단 제스처가 크다. 콜린 벨(59) 대표팀 감독님과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은 그의 두 번째 해외 무대다. 2015년 일본 여자축구 실업리그 고베 아이낙에서 커리어 첫 번째 해외 생활을 경험했다. 낯선 스페인 땅에서 자연스럽게 현지 문화에 스며든 비결이다. “어렸을 때 일본을 다녀와 지금은 힘든 것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생활 이제 막 한 달 차.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시기다. 무엇보다 스페인어를 익히는 게 우선이다. 소속팀에 한국어 통역사는 없지만 한국인 코치가 있어 장슬기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생활 회화보다 실전 표현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선수니까 생활보다 운동장에서 적응이 더 빨라야 하지않나. 그 때문에 운동장에서 쓰는 표현을 빨리 배웠다. 생활에서 쓰는 기본적인 표현도 배우고 있다”며 “대표팀 일정 마치고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어학원 다니면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장슬기는 인터뷰 내내 밝은 미소를 유지했다. /이상빈 기자

스페인에 터를 잡았기에 국내에서 A매치가 있을 때마다 장거리 여정을 떠나야 하는 숙명을 떠안았다. 이번 도쿄올림픽 예선 일정은 그 시작점이다. 장슬기는 “대표팀과 스페인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힘들긴 했다”며 “그래도 경험을 쌓으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장슬기가 본 벨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면서 상대팀을 향한 존중심도 강조하는 지도자다. 선수단과 미팅 시간을 자주 가질 정도로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독님은 경기 뒤 선수단 미팅에서 저희가 이길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며 “상대도 열심히 했지만 저희는 더 열심히 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했기에 이기리라 믿었다고 했다. 상대를 많이 존중하는 그런 말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미얀마에 7골 차 대승을 거둔 한국은 9일 같은 장소에서 베트남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승리하면 조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장슬기는 “아직 베트남전까지는 미팅을 안 했다. 이전까지 미얀마전에 중점을 두고 했다”며 “감독님과 선수단이 앞으로 베트남전 관련 미팅을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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