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이 지금의 문제 야기
운용사 설립요건, 운용인력 자격요건 완화 등이 라임 사태로 이어져
비유동자산 투자 펀드가 개방형 운용...환매시 유동성 문제 발생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연달아 사모펀드의 환매중단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연달아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이 이어지면서, 사모펀드 시장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사모펀드 설정액은 40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리지(PBS)를 통한 사모펀드 설정 원본액은 34조2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설정액과 비교하면 4248억원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연이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펀드 자산의 유동화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 운용사가 결국 해당 펀드의 환매 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 문제는 상당수 사모펀드가 환매중단을 선언한 펀드들과 유사한 투자구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심각성이 큰 상황이다.

이처럼 펀드 자산의 유동화가 쉽지 않을 경우 폐쇄형 펀드로 운용하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 운용사들은 자금 유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개방형 펀드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왔다.

또한 최근 라임 사태에서 밝혀졌듯이 운용사의 방만한 투자와 깜깜이 자산운용, 부실한 내부통제 등이 이번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키운 주 요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라임의 사모펀드 운용을 총괄했던 이종필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의 횡령·배임과 관련된 혐의를 받고 도주 후 잠적한 상태다. 이 전 부사장은 또 라임의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 사모펀드로 우량자산을 빼돌리는 등 불법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같은 불법과 부정행위들이 자행되는 동안 라임 내부의 감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지금과 같은 사태가 언제든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의 무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가 지금의 사모펀드 대란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25일 사모펀드 활성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제13448호) 및 하위 법령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운용사의 설립 요건이 기존 '인가'에서 '등록'으로 바뀌면서 수많은 운용사가 시장에 새롭게 진입했다. 또한 펀드 운용인력의 자격 요건을 금융회사 등에서 3년 이상 근무하고 협회 펀드 운용 관련 교육을 이수한 자로 크게 완화했다. 기존에는 공모펀드 운용인력으로서 2년 이상의 운용 경력을 충족해야만 자격이 주어졌다.

당시 펀드운용 경력이 없었던 이 전 부사장 역시 해당 자격요건 완화로 인해 라임의 펀드 최고운용책임자(CIO)가 될 수 있었다. 이 전 부사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력만으로, 2015년 10월 라임에 합류, 사모펀드 운용을 책임지게 됐다.

최근 환매중단 사태의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모펀드의 비유동성 자산 편입과 개방형 펀드구조 역시 당시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과 함께 가능해졌다.

당시 금융위는 모든 사모펀드에 대해 설립 후 2주 내에 사후보고하는 것만으로, 사모펀드 설립을 자유화했다. 또한 한 펀드 내에서 부동산, 증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를 허용하는 등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개선했다.

이는 라임을 비롯한 여러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급격한 펀드 몸집 불리기로 이어졌고, 결국 과도한 비유동자산 편입은 최근 환매중단 사태로 직결됐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소규모 펀드 간에만 허용된 복수 펀드의 모자형 구조 전환 외에도, 이미 설정되어 있는 모펀드에 소규모 펀드를 자펀드로 직접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현재의 거미줄처럼 복잡한 펀드구조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한 증권사 전담중개(PBS)부서에 대한 사모펀드 초기(Seeding) 투자를 허용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 같은 금융위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은 실제 효과를 거둬 2016년 말 약 6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지난 2017년 말 2배 가까이 늘어난 12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18년 말에는 약 24조원까지 늘었으며, 작년엔 34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결국 덩치만 커진 사모펀드 시장은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라임의 펀드 환매중단 발표 이후 국내 사모펀드의 유동성과 투자 구조 등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라임 사태와 같은 펀드 환매 중단의 위험성이 있는 큰 개방형 펀드와 메자닌 투자, 증권사와의 총수익수와프(TRS) 계약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조사결과를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라는 과제에 집중한 나머지 시장 건전성을 살피지 못한 결과"라며 "난립하고 있는 사모펀드 운용사와 펀드 시장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함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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