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본업인 배우뿐 아니라 평소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며 사업 수완까지 자랑하는 스타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잡을 넘어 ‘N잡’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시대, 스타들 역시 한 가지 분야가 아닌 ‘가게 사장님’으로 활약하는 모양새다.

■ 이색적인 책방 사장님부터 카센터 운영까지

배우 박정민(왼쪽부터), 이종석, 유연석./한국스포츠경제DB

배우 박정민은 지난 해 7월 책방이자 작은 카페인 ‘책과 밤, 낮’을 오픈했다. 젊은이들의 거리이기도 한 서울 합정동에 자리한 이 책방은 박정민을 보기 위해 몰리는 팬들로 북적인다.

박정민이 직접 쓴 손글씨가 적힌 종이가 책방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펭수의 팬이라고 밝힌 그의 책방에는 펭수 스티커와 함께 영화 ‘사냥의 시간’을 함께 촬영한 최우식, 안재홍의 사인도 붙어있다. 또 박정민이 직접 추천하는 책을 모아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책과 커피, 맥주와 와인 등 다양한 메뉴가 마련돼 있다.

이미 팬들에게 익히 알려진 곳인 신사동 카페 ‘89맨션’은 배우 이종석이 운영하는 곳이다. 아시아팬들이 꼭 들르는 곳으로 알려진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1층에서는 카페처럼 디저트와 음료를, 2층에서는 레스토랑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이종석은 인터뷰 당시 “어릴 때부터 카페 사장이 되는 게 숙원사업이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커피프렌즈' 유연석./tvN 방송화면.

이태원에서 레스토랑인 ‘루아라운지’를 개업했던 유연석은 제주도로 발을 넓혔다. 지난 해 5월 애월읍에 라멘집 ‘애봉’을 열었다. 제주도 감귤농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커피프렌즈’에 출연했던 유연석이 실제로 제주도에서 라멘집을 개업해 팬들의 흥미를 끌었다.

권상우 역시 지난 해 5월 자신의 소속사 건물인 수컴퍼니를 매입하고 1층에 최신식 세차장 ‘수카워시’를 오픈했다. 세차장 건물 2층에는 자신의 기획사인 수컴퍼니를 입주시키며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상우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며 “셀프 세차를 하니 스트레스도 확 풀린다. 아이들도 재미있어한다. 제작사 대표님들이나 손님들이 오가기도 편하고 주차할 데가 많다”며 “예전에 명동에 카페를 오픈한 적이 있는데, 나는 내 공간에 사람들이 오가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세차장 역시 그런 단순한 의미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스타가 곧 ‘기업’이 되는 시대

배우 하정우./한국스포츠경제DB

본업 외에도 스타 파워를 이용한 연예인들의 도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연예인 부업으로 떠올린 외식업뿐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사업으로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스타들 외에도 영화감독, 작가, 작곡가, 화가, 플로리스트 등으로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하정우는 영화감독 겸 화가로 구혜선은 작사와 작곡, 작가로 활동 중이다. 브라이언은 가수 겸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연예인들의 사회적 위상이 강화되며 요즘은 이들의 문화·예술적인 재능을 다양한 방면에서 꽃피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화감독과 화가로 활약 중인 하정우는 2010년부터 전시회를 열고 있다. 특히 하정우 그림의 최고가는 1800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특히 뉴욕에서 전시한 그림은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그는 화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값어치를 인정해준다는 부분에서 기분이 좋고 책임감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클로젯' 스틸./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는 자신의 그림 실력을 주연 영화에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클로젯’에는 하정우의 그림이 영화의 주요 소품으로 등장한다. 극 중 딸 이나가 사라진 후 상원(하정우)이 이나(허율)의 방에서 뒤늦게 발견하게 되는 해당 그림은 문이 열린 벽장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한 소녀가 섬뜩하게 표현됐다.

하정우는 인터뷰에서 “내가 막 손들고 나서서 그리겠다고 한 건 아니다. 이나의 시선으로 그린 걸 영화 속에 쓰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의견을 모으다가 채택이 된 것이다. 대단한 도전의식을 갖고 참여한 건 아니다”라고 겸손해했다.

한 명의 스타가 곧 기업이 되는 시대. 스타들의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권상우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늘 즐겁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업뿐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스타들이 많다”며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해도 본업이 아닌 제2의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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