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2020 KBO 신인드래프트. /OSEN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지난해 열린 LG 트윈스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류중일(57) 감독의 마음을 훔친 신인이 있었다. 주인공은 2018시즌 신인왕에 빛나는 정우영(21)이다. 당시 류 감독은 고졸 신인이던 정우영에 대해 "좋은 제구력과 싱커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임창용의 향기가 난다. 1군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잠재력을 높이 샀다. 류 감독의 예상처럼 정우영은 전지훈련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은 그는 정규 시즌에 돌입해서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LG 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많은 신인들이 제2의 이정후(22ㆍ키움 히어로즈), 강백호(21ㆍKT 위즈), 정우영을 꿈꾼다. KBO리그를 짊어질 새 얼굴들이 힘차게 데뷔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1차 지명과 2차 지명인 신인드래프트로 각 구단에 입단한 신인 110명 중 19명이 프로 첫해에 1군 스프링캠프 참가 티켓을 얻었다.

KT와 SK 와이번스가 가장 많은 4명의 신인을 데려갔다. KT는 1차 지명 소형준과 포수 강현우, 한지용(이상 19), 내야수 천성호(23)가 이름을 올렸다. SK도 1차 지명한 좌완 오원석과 고졸 내야수 김성민(이상 19), 대졸 외야수 최지훈(23), 류효승(24) 등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했다.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는 각각 3명씩 승선했다. 신임 사령탑 맷 윌리엄스(55) 감독이 다양한 선수들을 보고 파악할 수 있도록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54명을 캠프에 데려간 KIA는 1차 지명 정해영, 2차 1라운드 내야수 박민, 2라운드 홍종표(이상 19) 등 상위 지명 삼총사를 합류시켰다. 토종 선발 투수 발굴이 최대 과제인 한화도 신지후, 남지민, 한승주(이상 19) 등 상위 지명 투수 3명을 데려갔다.

LG는 해외 유턴파 내야수 손호영(26)과 고졸 투수 김윤식(19)을, 두산은 늦깎이 신인 안권수(27)와 고졸 포수 장규빈(19)을 승선시켰다. 유망주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키움은 1차 지명 박주홍(19)만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전지훈련에 신인을 합류시키지 않은 구단도 있다.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는 훈련의 효율성과 오버 페이스 방지를 위해 신인들을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했다.

2군과 잔류군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는 열려 있지만, 눈도장을 찍기엔 1군 스프링캠프가 가장 좋다.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신인들에겐 코칭스태프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다.

KT의 5선발 후보 소형준. /OSEN

1차 지명 출신 유망주 소형준과 오원석은 선발진 진입을 노린다. 수원 유신고 에이스 출신 소형준은 이강철(54)이 올 시즌 5선발로 점 찍은 유망주다. 이 감독은 “소형준은 무조건 5선발로 넣으려고 한다"며 5선발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소형준도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10승과 신인왕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원석은 2000년 이승호(39ㆍSK 루키군 코치) 이후 20년 만의 SK 출신 신인왕에 도전하는 SK 최고 기대주다. 투수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오원석은 선배들과 치열한 선발 경쟁을 펼친다.

한화 신인 신지후. /이정인 기자

우완 정통파 유망주 정해영과 신지후(이상 19)는 ‘야구인 2세’ 열풍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KIA 정해영은 '해태 왕조'를 이끌었던 정회열(52) KIA 전력 분석 코치의 아들이다. 우수한 체격 조건을 갖춘 그는 1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화 신인 신지후는 신경현(45) 전 전 한화 코치의 2세다. 아버지에 이어 같은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1군 생존에 도전한다. 한용덕(55) 감독은 “서산 훈련 때 지켜보니 구위가 좋고 제구도 안정적일 것 같다. 기존 선수들과 좋은 경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후는 전지훈련 출국 전 “야구인 2세라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들을 이겨내야 스타가 된다고 생각한다. 저의 장점을 살려 선발로 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 신인 장규빈(왼쪽)과 안권수. /OSEN

해외파 중고 신인인 두산 안권수와 LG 손호영도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노린다.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재일교포 3세인 안권수는 대수비, 대주자로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미굴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손호영도 내야 멀티 백업으로 1군 진입을 목표로 한다. 
1차 지명 중에서도 대어급 외야수로 이미 즉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은 키움 박주홍도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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