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성민이 동시 개봉한 영화 두 편을 통해 전혀 다른 매력을 펼쳤다. 영화 ‘미스터주’에서는 국정원 에이스 요원 태주 역을 맡아 친근한 코믹 연기를,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박통 역을 맡아 카리스마와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짓 하나하나 연구하며 표현한 게 느껴질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특히 극 중 대사인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옆엔 내가 있잖아’는 관객들에게 회자될 정도다.

-박통 역을 처음 제안 받았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우민호 감독의 ‘마약왕’ 촬영 중에 출연 제안이 왔다. 내가 박통과 닮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했다. 워낙 많이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고 그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 사실 다른 걸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바로 제작에 들어간다고 했다. (웃음) 자료에 있는 걸 보고 최대한 비슷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당시 그 분의 옷을 만들었던 분이 지금도 계셔서 스타일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귀와 이에는 보철을 꼈다. 그래서 발음이 힘들었다. 귀 분장하는데만 2시간이 걸렸다. 늘 다른 배우들보다 일찍 촬영장에 와야 했다.”

- ‘공작’ 리명훈 역시 실존인물이였지만 이번 영화 속 역할은 모든 국민이 아는 캐릭터다.

“리명훈은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 만든 캐릭터라면 이번 박통은 너무 잘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큰 숙제였다. 얼마나 비슷하게 연기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관객의 몰입을 해치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래서 분장까지 한 거다. 그래도 다른 배우들의 캐릭터보다 자료들이 훨씬 많아서 캐릭터를 만들 때 도움이 됐다. 목소리, 걸음걸이, 몸짓을 따라하는 걸 처음 해봤다. 그게 잘 맞을 때 희열 아닌 희열을 느꼈다. 특히 김규평(이병헌)을 두고 곽 실장(이희준)과 헬기 타고 가는 장면에서 코트에 손 넣고 걸어가는 건 내가 봐도 괜찮게 한 것 같았다. 많이 계산하면서 연기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쇼박스 제공.

-김규평 역을 맡은 이병헌과 첫 연기 호흡을 맞췄다.

“현장이 참 진중했다. 감독님도 ‘마약왕’ 때보다 훨씬 집중해있는 상태였다. 그 분위기가 배우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웃고 떠들거나 그런 적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모두 친근하게 지냈다. 이병헌은 늘 마음속으로 존경해왔던 배우다. 배우로서 어떤 모범답안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참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절제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부러웠다. 영화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는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가끔씩 보이는 작은 동작이 굉장히 크게 느껴져서 감탄했다.”

-역사를 다룬 영화는 철저한 고증과 검증을 거친다.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적 사실보다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한 영화이기도 한데.

“역사에 있는 사실로 만든 장면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극 중 박용각(곽도원)이 프랑스에서 살해되는 장면 역시 유력한 ‘썰’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정치적 색깔이 있는 영화가 아니다. 허술하게 쌓아올린 모래탑 위에 있는 권력자들이 가진 불안함을 표현했다고 본다.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래도 센 캐릭터다 보니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실제로는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촬영장은 늘 배우가 어떤 역할에 집중한다거나 취해있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래서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과 호흡해야하는 ‘미스터 주’가 더 힘들었다. 이제 동물영화를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공작’과 ‘목격자’도 같은 날 개봉했는데 이번에도 두 편의 영화가 동시에 개봉했다.

“모든 걸 내려놨다. 같은 시기에 촬영한 걸 동시에 개봉하게 된 게 아닌데 늘 이렇게 되니까 관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보면 나눠서 맞을 매를 한 번에 맞는 것 같아서 편하기도 하다.”

-‘미스터 주’에서는 처음으로 CG(컴퓨터 그래픽) 연기에 도전했는데.

“녹색 쫄쫄이 입은 사람들을 보고 연기해야 하니 배우들과 작업할 때보다는 낯설었다. 이안 맥켈런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 촬영 당시 힘들어했다는 게 이해가 됐다. 내가 뭐하고 있나 싶더라. 물론 ‘로봇, 소리’ 때 생소하게 로봇과 호흡을 맞추기도 해서 그때 경험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상대배우가 없는 것이니 조금 외로웠다.”

-‘미스터 주’를 통해 동물 공포증을 극복했다고.

“극 중 나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강아지 ‘알리’와 헤어지려고 하니 아쉬웠다. 거기다 내가 소리 지르는 연기를 많이 해 ‘알리’가 나를 불편해해서 마음이 아팠다. ‘알리’가 따로 쓰는 방이 있었는데 마지막 촬영할 때 소장님 가족들이 와있었다. ‘알리’는 편하게 앉아있다 스태프가 오면 일하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난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도 편하게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배)정남이 집에도 벨 때문에 안 갔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간다. 벨도 내 무릎에 턱을 갖다 대고는 한다. 실제로 반려견을 키워보고 싶은데 아내가 반대해서 일단 보류 중이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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