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클로젯’, 소름 돋는 공포감을 끝까지 끌고갔더라면
[이런씨네] ‘클로젯’, 소름 돋는 공포감을 끝까지 끌고갔더라면
  • 양지원 기자
  • 승인 2020.02.06 14:32
  • 수정 2020-02-06 14:32
  • 댓글 0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으스스한 분위기와 미장센으로 공포감을 형성한다. 영화 ‘클로젯’은 신선한 소재와 세트장으로 구현된 이계(異界)를 통해 기존의 공포영화와 다른 차별점이 돋보인다. 초반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아내지만 한국 정서에 국한된 얼개가 아쉽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아빠 상원(하정우)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딸과 어색해진 관계다. 상원은 소원해진 딸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딸과 가까워지며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고 둘 사이의 틈은 점점 벌어진다.

어느 날 이나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며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 이나의 방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어느 날 갑자기 이나가 사라진다. 이나의 흔적을 좇지만 좀처럼 목격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상원에게 퇴마사 경훈(김남길)이 찾아와 이나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경훈이 가리킨 곳은 옷장이다. 이나가 옷장 안의 죽은 자들과 함께 있다는 것. 상원은 이나를 찾기 위해 직접 옷장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 '클로젯' 리뷰.
영화 '클로젯' 리뷰.

‘클로젯’은 감각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다. 벽장을 살아있는 인물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은 벽장 디자인부터 벽장문을 비추는 빛, 그 사이로 보이는 이미지까지 고심했다. 때문에 초반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벽장으로 아이가 사라지는 집은 하정우의 제안으로 ‘북유럽 스타일’로 완성됐다.

이계 역시 마찬가지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가 되는 공간인 이계는 왜곡되고 황량하게 설계되어 낯설고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정우가 직접 그린 그림도 영화에 등장해 이나가 사라진 이유를 보여주는 단서로 활용된다.

공포영화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사운드 역시 적재적소에 배치돼 공포감을 더한다. 침묵 속 울려 퍼지는 벽장문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또 현악기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등 공포영화다운 사운드가 공포 마니아들의 만족을 채운다.

이처럼 영상과 사운드는 흠잡을 데 없지만 전형적인 한국 정서가 발목을 잡는다. 딸에게 무심했던 아빠가 잘못을 깨닫고 각성하는 모습은 마치 ‘신과 함께’ 시리즈 속 가족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아동학대까지 더해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다. 이미 많은 영화에서 활용된 소재인 탓일까. 색다른 울림과 각성을 주지 못한다. 공포는 소재일 뿐, 김광빈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사회 문제인 셈이다. 초반의 긴장감과 신선함이 전형적인 스토리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한 감독의 욕심이 곳곳에 드러난다. 엑소시즘, 무속신앙, 아동학대, IMF 시대까지 한 데 모아놨으니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다. 2월 5일 개봉. 러닝타임 98분. 15세 관람가.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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