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신인 작가들의 드라마가 신선함과 현실성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계에 신인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추세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들은 물론 방송을 앞둔 드라마에서도 신인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띈다. 뻔한 소재와 비슷한 줄거리가 아닌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극본으로 무장한 신인 작가들의 드라마는 신선함을 무기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 베일에 쌓인 신인 작가

지난해 20%를 훌쩍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불러온 KBS '동백꽃 필 무렵'과 꾸준하게 두 자릿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던 SBS 'VIP'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임상춘 작가가 집필했다.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로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선보인 임 작가는 '동백꽃 필 무렵'에서 사람 간의 관계와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임 작가의 현실성 넘치는 대사를 드라마의 강점으로 꼽기도 했다. 극중 곽덕순으로 분한 고두심은 '어떻게 대사가 이렇게 맛깔날 수 있느냐'며 감탄했다고 알려졌다.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미디어 노출은 자제하는 편이다. 회사원 출신의 30대 여성이라는 것과 성별로 인한 편견을 없애고자 중성적인 필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S 'VIP' 역시 차해원 작가의 데뷔작이다.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피스 멜로물이다. 멜로물이지만 곳곳에 스릴러 적 요소를 배치해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참신한 조합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임상춘 작가와 마찬가지로 차해원 작가도 필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회사원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SBS 극본 공모전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작 수상자다.

■ 상승곡선 이어가는 신인 작가 드라마

최근 화제작 중에서도 신인 작가들의 활약은 눈에 띈다.

방송 2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한 SBS '스토브리그'는 2016년 하반기 MBC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산화 작가의 데뷔작이다. 사실감을 극대화해 몰입감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야구를 소재고 하고 있지만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다. 만년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남궁민)의 고군분투를 담은 오피스 드라마에 가깝다. 선수들보다는 프런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야구팬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실제 사례와 픽션이 적절히 섞여 있어 야구팬은 물론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tvN '블랙독' 역시 2018년 방송된 tvN  단막극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를 집필했던 박주연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다.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초년생 고하늘(서현진)이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학원물이지만 실상은 오피스 물에 가깝다. 박주연 작가가 실제로 3년여 교사 생활을 한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현실 고증이 뛰어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었다.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사이,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를 현실성 있게 담아내고 있다.

동명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JTBC '검사내전'의 서자연ㆍ이현 작가도 신인급이다.

더불어 최강희가 주연을 맡은 SBS '굿 캐스팅'과 21일 첫 방송을 앞둔 김혜수ㆍ주지훈 주연의 SBS '하이에나', 3월 초 첫 방송되는 SBS '아무도 모른다' 역시 신인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 콘텐츠 경쟁→신인 작가 발굴 기회

최근 신선한 콘텐츠를 찾으려는 방송사와 제작사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신선한 작가와 대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이블과 종편, 각종 OTT까지 드라마 제작에 돌입하면서 신인 작가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CJ ENM이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협력해 운영하는 작가 양성소 '오펜(O-pen)'을 통한 루트가 새로 생겼다. '블랙독'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도 오펜 출신 작가다.

기존에 잘 알려진 스타작가는 무엇보다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흥행 요소를 적절히 버무리는 노련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들의 드라마는 뻔하다는 단점이 있다. tvN '사랑의 불시착' 같은 경우 스타 작가인 박지은이 집필을 맡았지만 전작과 캐릭터, 구성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인 작가들은 기존에 없었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뻔하지 않은 대사와 스토리 구성이 새롭다. 게다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꼼꼼한 취재를 통해 공감을 잘 끌어내기도 한다"며 "하지만 신인 작가들의 역량은 한 편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후 차기작을 통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SBS, KBS, JTBC, tvN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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