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자축구 A대표팀 에이스 지소연
잉글랜드 무대 성공적 정착 배경엔
한국에서 익힌 기본기 등이 자리
도쿄 올림픽은 꼭 밟고 싶은 무대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지소연. /대한축구협회

[한국스포츠경제=이상빈 기자] “잉글랜드에는 저 같은 스타일이 없다.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잉글랜드에 와 활용하니 잘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 공격수 지소연(29ㆍ첼시 FC 레이디스)은 한국 여자축구 선수 최초 유럽 진출에 성공해 ‘잉글리시 드림(English dream)’을 이룬 비결로 한국에서 익힌 기술적인 축구를 꼽았다.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미얀마전(7-0 한국 승)을 마친 뒤 본지와 만난 지소연은 “한국이 기본기 위주로 아기자기하고 세밀하게 하는 데 반해 잉글랜드 축구는 스피드와 피지컬 중심으로 굵직하게 경기한다”고 한국과 잉글랜드 축구의 차이를 설명했다.

지소연은 2014년 2월 첼시 FC 레이디스에 입단하며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첼시 FC 레이디스 페이스북

◆ 될성부른 떡잎, 잉글랜드에서 맞은 전성기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와 같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지소연은 뛰어난 기술과 축구 센스를 갖춰 일찌감치 여자 A대표팀을 이끌 재목으로 평가받았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을 마친 뒤 일본 여자축구 L리그 고베 아이낙 레오네사에 입단하며 직업 선수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3시즌(76경기 34골)을 뛰고 세계 다양한 리그(팀) 관심을 한몸에 받던 그의 차기 행선지는 놀랍게도 축구 고장 잉글랜드였다.

2014년 잉글랜드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 FA WSL(위민스 슈퍼 리그) 소속이면서 런던 연고 부자 구단 첼시 FC 여자팀인 첼시 FC 레이디스로 이적했다. 두 번째 시즌인 2015년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2014년부터 2019-2020시즌까지 리그, 컵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통산 150경기에 나와 62골을 터뜨렸다.

지소연(맨 왼쪽)은 3일 미얀마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7-0 대승을 이끌었다. /대한축구협회

◆ “어려서 잘 몰랐던 대표팀 중요성… 이젠 책임감 느껴”

지소연의 A매치 데뷔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2006년 10월로 거슬러 오른다. 2006 피스퀸컵 캐나다와 A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국가대표로 첫선을 보였다. 그때 겨우 만 15세였다. 역대 A매치 여자 최연소 출전 기록이다. 이후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10 동아시아연맹(EAFF) 여자축구 선수권대회,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2018 AFC 여자 아시안컵, 2018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까지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지소연은 A매치 122경기에 나와 57득점을 올렸다. 역대 A매치 여자 최다 골 기록이다. 126경기(20득점)를 뛴 조소현(32ㆍ웨스트햄 유나이티드 WFC)에 이어 역대 A매치 여자 최다 출전 2위에 해당한다. 그가 걷는 길이 곧 한국 여자축구 역사다. 14년 전 막내로 대표팀 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새 베테랑이 됐다. 콜린 벨(59)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엔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다. 마음가짐도 그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소연은 “어렸을 땐 멋 모르고 했던 것 같다. 대회에 나가더라도 중요성을 잘 몰랐다”고 10여 년 전을 떠올렸다. 이어 “지금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알아가고 있다. 또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소연은 어느덧 대표팀 15년차 베테랑이 됐다. /대한축구협회 

◆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해

지소연은 미얀마전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대승을 이끌었다. 4-3-1-2 전형에서 최전방이 아닌 2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와 공격수 최유리(25ㆍ구미스포츠토토), 강채림(22ㆍ현대제철 레드엔젤스)과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프리롤 임무를 소화했다. 이제는 스트라이커보다 미드필더가 익숙하다. 9일로 예정된 베트남과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하면 플레이오프(AㆍB조 1, 2위팀 )에 진출한다. 최종 두 팀에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아직 한국 여자축구가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최초 신화를 쓰기 위한 최종 관문을 넘으려면 베트남전 승리가 필요하다. 지소연에게도 도쿄행은 간절하고 특별하다. “올림픽 무대는 말하지 않아도 모든 선수가 한국 여자축구에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미얀마전에서 이겼지만 이 결과에 심취해 있지 않고 베트남전을 계획해야 한다. 마지막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도록 동료, 감독님, 코치님들과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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