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사, 카드 수수료율 부담에 카드수납에 소극적
카드납 지수, 생보사 4.4%, 손보사 27.2%에 불과
카드 자동이체 안되는 곳도 있어…고객 불편 야기
보험사들이 보험료 카드수납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고객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한스경제=권이향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편의 확대를 위해 보험료 신용카드 결제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보험사의 경우엔 고객이 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할 때마다 매달 콜센터나 설계사에게 연락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사례가 종종 발견됐다.

일각에선 신용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 과정을 복잡하고 귀찮게 만들어 계좌이체 방식으로 유도하려는 보험사의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보험료 신용카드납부 비율은 각각 4.4%, 27.2%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포인트, 2.5%포인트 상승한 수치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 지급결제 시장 내 카드결제(신용·체크카드) 비중이 82%를 넘는 점과 비교하면 보험료 카드납입 비율은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생보사에선 삼성생명의 보험료 카드납부 비율이 0%로, 업계에서 가장 낮았다. 메트라이프생명(0.1%), ABL생명(0.3%)도 0%대에 불과했다.

이외에 NH농협생명 1.1%, KDB생명 1.8%, BNP파리바카디프생명 2.0%, DB생명 2.5% 등 대부분 손보사 역시 카드납부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나마 라이나생명(36.8 %)을 비롯해 AIA생명 15.8%, KB생명 14.1%, 신한생명 13.0% 등이 두 자릿수 카드납부 비율을 보였다.

카드결제가 가능한 보험도 대부분 보장성 보험에 치중됐다. 보장성보험 카드납 지수는 3.2%로 저조했으며,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은 이보다 더 낮은 2.2%, 0.1%에 그쳤다.

손보사는 생보사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손보사 전체 카드납 비율은 27.2%로 생보사보다 6배 가량 높았다. AXA손해보험이 79.7%로 업계 평균을 끌어올렸다.

업계 빅4(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인 대형 손보사 중에서도 KB손보를 제외한 삼성화재(31.8%), 현대해상(30%), DB손보(29.7%)는 업계 평균치를 웃돌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는 1년에 한번 납부하다 보니 신용카드 납부가 활발해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카드수납 지수 비율이 높은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자보험의 카드 결제액 비중은 98.5%로 높았다. 반면 장기저축성 보장의 경우에는 9.4%로 손보사 역시 저조했다.

보험사들은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로 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상황에 카드사는 2%대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카드사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수수료 부담만큼 더 비싼 고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해 카드사와 여러 차례 대화를 했지만 협상에는 진척이 없었다”며 “공시이율이 2%대이기 때문에 카드수수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보험사들은 카드 자동이체가 아닌 결제일마다 고객센터나 설계사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운 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보험사의 행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저축성 상품의 경우 금리 역전현상이 일어나 카드수수료 공제 후 부담이 발생한다는 보험사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저축성 상품을 제외한 보장성 상품의 경우에는 카드수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보험사의 카드 납부 거부에 따른 불편함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흥국생명에서 보험료 카드수납이 안돼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글이 등장했다. 또한 매달 보험 설계사에게 연락 후 카드결제를 하도록 해 번거롭다고 호소하거나 연말정산, 카드 포인트 적립 등의 이유로 보험료를 카드이체를 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계좌이체 했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전체 상품에서 카드수납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카드 수수료 등 사업비 부담이 적은 비대면 채널로 가입한 보장성 보험의 경우에는 카드수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권이향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