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도원 회장님, 정규직으로 입사시켜 주십시오.”

동양시멘트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이 1년여째 서울 종로에 위치한 이마빌딩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마빌딩에는 동양시멘트의 모회사인 삼표그룹 본사가 입주해 있고 이들은 삼표그룹을 상대로 시위 중이다. 광화문 한 복판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위여서 더욱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시작된 이들의 노숙 농성은 올해들어서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거주지는 동양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강원도 삼척으로, 일주일 단위로 3명 정도가 서울로 올라와 노숙투쟁을 릴레이식으로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삼표그룹 측에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동양시멘트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게 해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삼표그룹측은 올해들어 이들과의 교섭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로, 이들의 시위는 ‘대답 없는 메아리’로 허공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번 주에 동료 해고근로자 2명과 함께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이재형씨는 10일 “정도원 회장이 본사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지 출퇴근 길에 도무지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다”면서 삼표측의 성의 있는 협상자세를 촉구했다. 정도원 회장을 만나 요구사항을 말하고 싶어도 그런 길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현재 23명의 동양시멘트 해고근로자들이 삼표그룹측에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이들은 가족들의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받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한 맺힌 노숙농성 스토리는 지난 2015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동양시멘트의 삼척공장 하청업체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근로자들이다. 하지만 사실상 동양시멘트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업무를 해왔고, 2015년 2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를 ‘위장 도급업체’로 판정하는 한편 동양시멘트 측에 직접 고용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동양시멘트는 즉각 이를 거부하고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이들은 졸지에 직장을 잃었다.

이에 이들은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가 부당하다는 이의 신청을 했고 강원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와중에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8월 삼표그룹에 인수되면서 이들은 삼표그룹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표 측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 각종 소송으로 얽혀있기도 하다.

삼표측은 정부 중재안 대신 "법대로“를 외치고 있다.

현대기아차 정의선 부회장의 장인이기도 한 정도원 회장은 1년이 넘은 이들의 노숙농성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정 회장의 삼표그룹은 사돈기업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이들 노숙농성 해고 근로자들의 정규직 채용을 성원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관계자는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이 분들은 사회적 약자이다. 간절히 일을 하고 싶어하는 만큼 삼표 측에서 작업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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