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2002년 모델로 데뷔 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배정남. 배우로 전향한 뒤 신비로운 이미지를 벗고 정겨운 캐릭터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보안관’을 시작으로 ‘미스터 주’에서 또 한 번 구수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영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솔직하고 정겨운 매력을 뽐내고 있는 배정남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고 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영화 포스터에 얼굴이 담겼는데 소감이 어떤가.

“좋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아쉬운 것도 많고, 행복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책임감이 많이 생기고 부담감도 있다. 그런데 기분은 좋다. 신기하더라. 버스에 내 사진이 붙어있는 걸 처음 보니까 하하. 사람들이 사진 찍어서 보내주는데 이상했다.”

-극 중 연기한 만식은 약간 과장된 캐릭터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캐릭터가 너무 셌다. 그냥 꼭 웃겨야 한다기보다 매 신에 집중하고자 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더하면 더 할 수 있었다.”

-만식과 닮은 면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나.

“2% 부족한 거? 열심히는 하는데, 뭔가 아쉽고 해맑고 그런 거 있잖나. 만식은 걱정보다 해맑은 캐릭터다. 띄워주면 좋아하고, 뭐라고 하면 울고 단순한 캐릭터다. 반전은 없더라. 그냥 그런 캐릭터였다. 다른 캐릭터도 해봤으니까, 이제 걸음마 떼는 나에게는 딱이라고 생각했다. (이)성민이 형이 ‘나는 그렇게 못한다, 너만 할 수 있는 거다’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성민과 ‘보안관’ 이후 다시 만났다. 이번 영화로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제대로 맞춰보는 건 처음이다. 진짜 영광이고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조언도 많이 해줬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도 성민 형이 다 생각하더라. 형님한테 정말 고맙고,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공부를 했다. 행운이었다. 그냥 서 있는 역할만 하다가 대사도 많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니까 이게 영화구나 싶었다.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에 다녀왔는데, (이성민이) 정말 대단하더라. 대한민국에서 코미디와 정극을 그렇게까지 다 잘하는 배우가 몇 명 없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더라. 평생 못 따라가겠지만, 조금씩 배우고 있다.”

-모델은 키가 커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과거 전성기를 누렸다. 뭇 남성들의 우상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이 훨씬 좋다. 그 때는 멋있게만 보이고 싶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했다. 신비주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식석상에서는 말도 많이 안 했다. 사투리가 창피했다. 그런데 나를 내려놓는 순간 주위 사람들이 더 편해하고 친근감을 느끼더라.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와 주니 기분이 좋았다. 멋진 것보다 동네 오빠, 형같은 그런 느낌이 이제는 더 좋다.”

-특정 이미지가 특화되면 제안 받는 캐릭터도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런 점에 대한 걱정은 없나.

“다양한 캐릭터는 해보고 싶다. 찍은 영화들이 하나씩 개봉하면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에 내가 이미지를 바꾸면 보는 사람들도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윤제균 감독님과 ‘영웅’을 찍었는데, 감독님이 ‘(이미지는) 천천히 바꾸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참 좋았다. 또 김혜은 누나가 ‘네가 장르다, 네가 하고 싶은 것 해라’고 해줬다. 내가 잘 하는 것, 열심히 하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힘이 됐다. 그래서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선택을 잘해서 가려고 한다. 지금 봐서는 사람들이 모르겠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새로운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약속한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나.

“그냥 오래 연기하고 싶다. 어렸을 때 옷과 모델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는데 그때보다 더 욕심이 생긴다. 찾아만 준다면 계속하고 싶다. 천천히 오래 연기하고 싶다. 연기가 진짜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 박수 받을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이제 잘 해야 할 것 같다.”

사진=YG케이플러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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