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 /롯데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1982년생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황금세대'다.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서 정상에 오른 1982년생 동기들은 프로 데뷔 후 큰 발자취를 남겼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고, FA 대박도 터뜨렸다. 대표팀의 중심 노릇을 하며 한국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어느덧 불혹을 앞둔 나이. 야구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황금세대다.

최근 1982년생 스타 한 명이 유니폼을 벗었다. 롯데 자이언츠 손승락(38)은 7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그는 롯데와 4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었다. 롯데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구단에선 충분히 더 현역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은퇴를 만류했지만, 선수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아쉬워했다.

대구고와 영남대를 졸업하고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손승락은 KBO리그 대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세이브 2위이자 KBO리그 역대 세 번째로 25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 투수다. 올 시즌 통산 세이브 1위(277)인 동기 오승환과 선의의 경쟁이 기대됐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손승락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길 원했다”는 말을 남긴 채 마침표를 찍었다.

이제 변함없이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베테랑들에게 눈길이 간다. 현역으로 남은 1982년생 선수는 총 8명이다. 이들은 많은 동갑내기 선수들이 이미 그라운드를 떠난 상황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들은 신인 시절보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뛰어야 하는 야구인생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나란히 서 있다.

오승환. /OSEN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정근우(LG 트윈스), 채태인(SK 와이번스), 정상호(이상 38 ㆍ두산 베어스)는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지난해 빅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KBO 리그로 돌아왔다.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해야 하는 그는 5월 초 복귀를 목표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끝판왕’ 오승환의 복귀는 2020시즌 또 다른 흥행 포인트다.

정근우와 채태인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2차 드래프트로 둥지를 옮겼다. 국가대표 2루수 출신인 정근우는 정주현(30)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숨죽어 있던 느낌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다.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옛 스승 염경엽(51) 감독과 재회한 채태인은 SK에서 부활을 노린다. 풍부한 경험과 날카로운 타격을 자랑하는 그는 올 시즌 SK의 ‘조커’로 활약할 전망이다.

이번 겨울 생애 첫 방출의 설움을 겪었던 정상호도 두산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두산 포수진의 맏형인 그는 "이제 저는 언제 현역에서 물러나도 이상하지 않다. 후회 없는 2020년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 이글스), 김강민(SK), 신재웅(이상 38ㆍSK)은 유종의 미를 꿈꾼다. 올 시즌 종료 뒤 다시 FA 자격을 얻는 이대호는 팀과 함께 반등을 꿈꾸고 있다.

비시즌 자진해서 1년 계약을 맺은 김태균은 장타력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태균은 "저도, 팀도 재무장이 필요하다"며 "장타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2년(1+1년) 최대 10억 원에 계약한 김강민도 건재함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시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20경기 출장에 그쳤던 좌완 신재웅도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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