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합리적 가격 결정 위해 시장 관망 중… 주세개편 취지에 부합한 결정 내릴 것"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출시한 맥주 브랜드 '테라'. /하이트진로 제공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정부가 2020년부터 개편된 주세를 적용하면서 주류업계는 맥주의 출고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주세가 종량세 법령 시행으로 인해 업체가 부담하는 세금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보다 싼 가격에 맥주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맥주 브랜드는 나머지 맥주 브랜드의 가격이 낮아졌음에도 기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적인 가격 인하 대신 신중한 시장 관망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유통업계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와 오비맥주 등은 주류 종량세 전환에 따라 일찌감치 출고가를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기준 가격도 함께 내려갔다.

롯데주류는 지난달 클라우드와 피츠의 출고가를 500㎖ 캔 기준 각각 1565원, 1467원으로 내렸다. 두 브랜드의 편의점 기준 판매가 역시 각각 기존 2950원에서 2500원, 2700원에서 2400원으로 낮아졌다.

카스도 지난해 10월 오비맥주가 일찌감치 카스의 출고가를 1690원대로 낮추면서 편의점 가격은 기존 2850원에서 2500원으로 낮아졌다.

국산 맥주 메이저 브랜드 중 판매가격에 변동이 없는 브랜드는 테라와 하이트 뿐이다. 두 브랜드는 편의점 가격 기준은 올해 주류 종량제 시행 후에도 여전히 2700원이다.

테라와 하이트만 가격 변동이 없는 것은 하이트진로가 출고가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테라와 하이트의 출고가는 1690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주류업계 일각에선 지난해 테라의 흥행을 위해 판관비 지출이 늘어난 것을 올해 상반기 복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하이트의 출고가를 기존과 같이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보다 합리적이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캔의 경우 이번에 개편된 주세를 기준으로 하면 세금이 내려가지만 생맥주와 병맥주는 오히려 세금이 올라간다”라며 “특히 생맥주의 인상 폭이 가장 커지는데 이럴 경우 주세 개편 이전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보다 합리적으로 맥주를 제공하는 방안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생맥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캔맥주가 차지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 생맥주는 매출 대부분을 식당과 주점 등 유흥채널에서 거두고, 캔 맥주의 주무대는 이보다 매출 총량이 적은 가정채널이기 때문이다. 가정채널은 다시 캔맥주와 페트맥주와 병맥주로 다시 나뉘어 생맥주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더불어 이번에 개정된 주세법에 따르면 생맥주는 1리터(ℓ)당 평균 455원 오른 1260원을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 캔맥주는 반대로 415원 내려간 1343원을 내면 된다. 생맥주의 세금 부담이 늘면 시중 생맥주 판매가도 오른다.

시장에서 비중이 큰 생맥주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적절한 가격에 맥주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기획재정부의 취지와도 부딪히게 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주류세를 개정한 취지에 맞게 맥주 가격이 오르지 않는 선에서 신중히 가격을 결정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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