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대표팀. /FIB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여자농구가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 복귀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번 예선에서 희망과 과제를 모두 확인한 여자농구 대표팀은 꿈의 무대에서 재도약을 꿈꾼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10일(한국 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 B조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해 천신만고 끝에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풀리그로 치러진 이번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3위에 올라 중국(3승), 스페인(2승 1패)과 함께 올림픽 본선행 막차를 탔다. 스페인(46-83)과 중국(60-100)에 완패했지만, 영국을 상대로 82-79로 승리했다.

고무적인 성과다. 한국 여자농구가 올림픽 본선에 나가는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이번이 12년 만이다. 한국 여자농구는 2010년대 들어 국제 경쟁력 약화로 침체기를 겪었다.  2010년 체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8강 이후로는 높은 벽을 실감했다. 국제대회 부진 속에서 인기는 떨어졌고, 이는 저변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무대 복귀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결과였지만, 이번 예선을 치르며 남긴 과제도 분명하다. 이문규 감독은 8일 영국전에서 선수 12명 중 단 6명만 출전시켰다. 이중 3명(박혜진, 강이슬, 김단비)은 40분 풀타임을 뛰었고, 배혜윤(36분 42초), 박지수(37분 19초)도 만만치 않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혹사’ 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감독은 "오래 뛰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결과는 이후에 봐야 했다"면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가드진의 핵심인 강이슬(왼쪽). /FIBA 제공

현재 대표팀은 주전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선수층이 얇아 주축 선수만 계속 기용했다. 주전 선수들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소화하다 보니 체력 저하에 시달렸고, 이는 영국전과 중국전에서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본선에선 포지션별 백업 멤버 발굴을 통해 가용 인원을 늘려야 한다. 정진경(42) MBC스포츠플러스 여자농구 해설위원은 “현재 대표팀은 백업과 주전 간 실력 차가 크다. 단 3분이라도 버텨줄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이 절실하다”면서 “박지수 대신 골밑에서 버텨줄 백업이 가장 필요하고, 수비 활동량이 많아 체력 부담이 큰 주전 가드들의 부담을 덜어줄 선수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짚었다.

세대교체도 계속 진행해야 한다. 이번 대회서 주전으로 활약한 선수 중 20대는 박지수(22 ㆍ청주 KB스타즈)와 강이슬(26ㆍ부천 하나은행) 둘 뿐이었다. 최근 국내 저변 약화의 영향으로 현재 대표팀은 30대가 주축이다. 이번 대회에는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지만 박지현(20·우리은행) 등 차세대 자원들을 발굴하는데 신경 써야 한다. 정진경 해설위원은 “대표팀에 국제 경험이 많은 선수가 거의 없다. 전략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일찍부터 국제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엔 개최국 일본과 2018년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우승팀 미국을 비롯해 이번 최종예선을 통해 한국과 중국, 스페인, 호주, 벨기에, 푸에르토리코, 세르비아, 캐나다, 프랑스, 나이지리아가 출전한다. 3월 21일에 열리는 본선 조추첨을 통해 12개 나라가 3개 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벌이며 각 조 상위 2개국과 조 3위 국가 중 조별 리그 성적이 좋은 2개 나라가 8강에 진출한다. 이 감독은 “우선 1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본선에서 승리를 따내고 8강까지도 노려보겠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농구의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 복귀가 옛 영광 재현을 위한 신호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