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아카데미 뒤흔든 ‘기생충’, 한국영화 위상 바꿨다
[이슈+] 아카데미 뒤흔든 ‘기생충’, 한국영화 위상 바꿨다
  • 양지원 기자
  • 승인 2020.02.11 00:05
  • 수정 2020-02-1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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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한국영화 최초이자 아시아 영화의 첫 기록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시아인들에게 장벽 높은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 번 최고상을 들어올렸다.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감독상 등 무려 4관왕에 오르며 한국영화 101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 아카데미 장벽 넘은 ‘기생충’, 한국영화 101년 역사 다시 쓰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당초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올라 이 중 4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한국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기생충’이 최초였는데 수상의 기쁨까지 안게 됐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양진모 편집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이미경 CJ 부회장은 작품상 호명 직후 무대에 올라 자축했다.

‘기생충’은 총 9편의 작품을 제치고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았다. 당초 ‘1917’이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과는 ‘기생충’의 승리였다. 특히 외국어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건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루게 해준 내 형제에게 감사하다. 내 형제는 한국영화를 보러 가주시는 분들”이라며 “우리의 모든 영화를 지원해줬다. 한국영화 관객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곽신애 대표 역시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이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한 감독상 역시 의미가 깊다. 아시아계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것도 대만 출신 이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은 할리우드 자본과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지만 ‘기생충’은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결을 달리한다.

‘기생충’이 가장 먼저 수상한 상은 각본상이다. ‘그녀에게’(2003)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외국어 영화로는 17년 만의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은 무대에 올라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굉장히 고독하고 외롭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니지만”이라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도 감사하다.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진원 작가 역시 “미국에 아카데미가 있다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라며 “저의 시장인 충무로와 아카데미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 2관왕을 차지하며 전세계적으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알렸다.

■ 아카데미 캠페인, 어떻게 성공했나

 

아카데미에서 최고 트로피를 들어올린 ‘기생충’은 영화제를 통해 먼저 작품성을 알린 후 극장 개봉을 해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지난 해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이후 국내 개봉 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

‘기생충’은 국내에서 안주하지 않았다. 북미 개봉 일정을 10월로 잡으며 이듬 해 열릴 아카데미상에 총력을 다했다. 북미에서 중시하는 영화제는 9월에 몰려있고 수상 시 아카데미 영화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배급사 CJ ENM은 또 아카데미 캠페인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평단과 관객을 가리지 않는 작품에 대한 높은 만족도, 북미 개봉 전 리소스(자원) 집중 투입을 통한 초기 이슈화 성공, 감독·배우 동반 참여를 통한 캠페인 효과를 꼽았다.

봉준호 감독을 사단으로 한 ‘기생충’ 팀의 전투적인 아카데미 레이스는 성공했고 매출로도 신기록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기생충’의 전세계수익(박스오피스 모조 기준)은 1억6145만 달러(한화 약 1926억 원)다. 한국 역대 최고 흥행 영화 ‘명량’(1억3834만 달러)을 넘어선 기록이다. 북미 누적 수입은 총 3322만(약 396억 원) 달러로 ‘디 워’(2007)가 갖고 있던 한국 영화 북미 최고 수입 기록(1097만 달러)을 월등히 뛰어넘은 기록이다. 미국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로는 역대 6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오스카에서 4관왕 트로피를 획득한 만큼 북미에서 또 한 번 뜨거운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생충’이 거둔 성적은 한국영화의 방향을 바꿀 진일보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아카데미 시상식은 ‘남의 나라’ 축제가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현장이 됐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게 영화”라고 한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향후 한국영화가 전세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