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와 전설이 가득한 울진 불영사
바람 소리와 전설이 가득한 울진 불영사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0.02.11 10:32
  • 수정 2020-02-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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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불영사 계곡 바위에 앉아 한 남성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힐링의 오케스트라, 불영사 계곡의 ASMR
 
간질간질하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지만 겨울의 찬바람이 뺨을 타고 흐르며 콧끝을 간지럽게 한다. 기분 좋은 바람이다. 그리고 가만히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한국의 그랜드캐넌이라고 불리는 불영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절벽은 수 겁의 시간에 깎여 기괴한 모습이었고, 그 아래 맑은 물이 계곡을 휘감고 흘렀다. 아름다운 경치에 홀리기라도 한 듯 불영계곡으로 향했다. 골이 깊은 만큼 계곡으로 향하는 길도 가파랐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하지만 불영사 계곡이 주는 만족감은 얼마간의 수고로움을 감안하더라도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가만히 서서 물소리를 들었다. 무심한 듯 묵묵히 갈 길을 가는 계곡물과 오랜 풍상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킨 소나무가 만들어낸 화음은 그 어느 음악보다 감동적이고 평온했다. 불영사 계곡이 전하는 ASMR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불영상 경내 모습.

◆부처와 인현왕후의 전설을 간직한 불영사
 
불영사 입구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전나무 숲이 반긴다. 웅장한 전나무 숲을 지나면 양성당 선사(養性堂 禪師)의 부도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전해오는 전설에 따르면 폐서인 생활을 하던 인현왕후 민씨가 자결을 결심하고 독약그릇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울다가 잠이 들었다. 인현왕후는 꿈속에서 백발노승을 만났고, 그는 '천축산 불영사에 있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3일만 기다리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인현왕후는 3일 뒤 폐서인에서 왕후로 복권됐다. 
 
복권 후 인현왕후는 꿈 속의 노승을 찾아 나섰고, 중종은 불영사를 중심으로 한 사방 10리 안에 있는 산과 전답을 불영사에 시주했다. 중종 11년 1516년의 일이다. 전설로만 전해지던 이 이야기는 인현왕후 상량비 원문이 발견되면서 실화로 밝혀졌다. 
 
불영사는 창설과 관련한 전설도 가지고 있다. 때는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 당나라에서 귀국한 의상대사는 어느 날 자기들을 동해를 수호하는 호법신장이라고 밝힌 한 명의 노인과 8명의 동자를 만났다. 이들은 부처를 모실 도량을 세워줄 것을 간청했다. 의상대사는 동해안을 거슬러 오르며 부지를 찾았고, 천축산 입구에 이르렀다. 
 
8일간 천축산을 돌아보며 절터를 찾던 의상대사는 피로에 지쳐 연못가에 쉬고 있었는데 우연히 연못 쪽을 바라보니 부처의 형상이 비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화엄경을 독송했다. 그러자 호법신장이라고 칭한 노인과 동자 8명이 연못 속에서 올라와 용으로 변해 사라졌다. 의상대사는 부처의 영상이 나타난 곳이라 해 '불영사'라고 칭하고 부처 영상이 나타난 곳에 무영탑을 조성했다. 
 

보물로 지정된 불영사 대웅보전 경내.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화마 막는 거북돌
 
불영사 대웅보전은 조선 후기인 18세기에 지어진 전각으로 보물로 지정돼 있다. 무영탑 뒤에 세워진 대웅보전 축대에는 특이하게 돌거북 머리 2개가 묻혀있다. 사연을 물어보니 화산기미가 보이는 이곳에 바다 거북을 묻어 화재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대웅보전 내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 잡는 건 불상이 아니라 천장이다. 정교하게 다듬어 퍼즐 조각을 맞춘 듯 섬세하게 쌓은 단청과 단청이 뿜어내는 오묘하한 광택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특히 천장을 가득 메운 탱화 속에 거북돌의 몸통이 숨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범종각 맞은편에는 응진전이 보인다. 간절히 기도하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는 영험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응진전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소망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 

화기를 막아준다는 불영사의 거북돌. 

박대웅 기자 bdu@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