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골프에서 바람은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골프 대회에서는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데 강풍은 때론 순위를 모조리 바꿔놓기도 한다.

박희영(33)과 호주 동포 이민우(21)의 우승에도 ‘강풍’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작용했다. 박희영은 지난 9일(이하 한국 시각)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 비치 골프 링크스의 비치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총상금 110만 달러)에서 치열한 연장전 승부 끝에 정상에 등극했다.

그는 시속 29마일(약 47㎞/h)에 달하는 강풍 속에서도 침착하게 연장전에 임해 개인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우승 비결에 관해선 "바람이 불 때 샷하는 것에 자신이 있다. 대회 주에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똑같은 샷과 기술을 반복했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빅 오픈은 남녀 선수 144명씩 총 288명이 동시에 플레이하며 2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독특한 방식으로 열리는데 남자 대회인 유러피언투어 ISPS 빅 오픈에서는 이민우가 강풍을 뚫고 생애 첫 투어 우승을 거머쥐었다.

순풍과 역풍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뒷바람’이라 불리는 순풍은 흔히 드라이버 비거리가 적게 나오는 ‘짤순이 골퍼’들에게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공이 뒷바람을 타면 평소보다 비거리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만 퍼트 시에는 상당한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공을 지름 108mm인 홀컵에 넣으려 할 때 스핀이 잘 걸리지 않을뿐더러 런이 길어져 공을 정지시키기가 어렵다.

역풍도 골퍼들에겐 큰 난관이다. 티샷을 할 때 역풍이 불면 드라이버 비거리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볼 수 있다. 비거리 손해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티잉그라운드에서 티 높이를 드라이버 헤드 높이로 낮게 꽂는 것이다. 그러면 임팩트가 페이스 아래쪽으로 이뤄지면서 공이 저탄도로 날아가고 런 또한 길어진다.

선수들은 샷을 하기 전 흔히 코스 잔디를 몇 가닥 뽑아 공중에 던지는 제스처를 취한다. 이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 등을 대략적으로 알아보려는 행위다. 선수들은 티 높이를 조절하는가 하면, 코스에 따라 기울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식으로 강풍에 대처한다.

사실 바람이 많이 불 땐 시작 단계인 어드레스 상황에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셋업 상태에서 어깨와 코어, 하체 등이 평소보다 경직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자세가 뻣뻣해지면 스윙도 부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스윙 시 과도하게 힘이 들어갈 경우 공은 골퍼가 목표하는 지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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