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다시 한번 빅클럽 이적설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28)이 절정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월드 클래스'라는 표현은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확실히 다르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성장해 EPL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하며 세계 최고 선수 가운데 하나로 확실히 떠올랐다. 환상적인 실력으로 유럽 축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실력과 상품성이 있으니 '이적설'이 떠도는 건 당연한 일이다. 흔히 축구 선수의 전성기를 27~29세로 본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손흥민은 확실히 최전성기에 서 있다. 올 시즌 EPL 선두를 질주 중인 리버풀에서 손흥민을 원한다는 뉴스가 최근 더 뜨겁게 달아올랐고, 이탈리아 세리에 A 최고 명문클럽 유벤투스를 비롯해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등도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렇다면,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나야 할까. 현재 손흥민이 토트넘의 중심 선수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리 케인(27)이 토트넘의 상징과 같은 공격수지만, 손흥민이 케인보다 더 빠르고 날카롭고 다재다능하다는 의견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 시즌 케인이 부상으로 뛰지 못할 때 그의 자리(원톱)에 서서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손흥민이 원톱으로는 뛰기 힘들다'는 평가를 비웃으면서 펄펄 날았다. 올 시즌에도 케인이 다쳐 전력 외로 분류되자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케인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정한 '월드 클래스'가 된 손흥민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길 바란다. 물론, 토트넘보다 더 강한 빅클럽에서 손흥민이 기대에 못 미치며 고전할 수도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긴 하다. 하지만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지금이 아니면 빅클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기회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냉정하게 판단할 때,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현재 토트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손흥민에게 손해로 비친다.

 
필자는 2005년 박지성(39)이 PSV 에인트호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했을 때 '반대' 의견을 폈다. 당시 박지성의 기량이 맨유라는 빅클럽에서 통할지 의문부호를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인트호번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거스 히딩크(74) 감독도 "지금은 (박지성이 이적할) 때가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은 더 큰 무대로 떠났다. 그리고 맨유에서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아로새겼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유럽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된 박지성은 조용히 맨유 이적을 추진했다. 은사 히딩크 감독의 우려를 뒤로 하고 맨유에 입성해 주전 멤버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모두가 박수칠 때 당당히 에인트호번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더 큰 선수로 성장했다.
 
손흥민도 박지성처럼 '박수칠 때 떠나야'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단순히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리버풀로 이적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빅클럽 이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시장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면 유수의 팀이 러브콜을 던질 가능성이 열린다. 자신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해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빅클럽이라면 손흥민이 손사래를 칠 필요가 없다.
 
손흥민의 빅클럽 도전. 자신감이 넘치고 몸 상태가 최상인 지금이 적기다.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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