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중'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에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그야말로 '기생충' 천하다. 전세계 영화계를 평정한 한국영화 기생충 효과로 국내 증시도 들썩이고 있다.

기생충은 지난 10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영화는 물론이고 외국어 영화로도 최초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이다. 아카데미는 92년 역사상 한번도 외국어 영화에 작품상을 준 적이 없다. 또한 기생충은 64년 만에 역대 세 번째로 칸영화제 최고상 시상 이후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됐다.

기생충이 이룬 쾌거에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와 자회사 바른손 주가는 최근 4거래일 동안 2~3배 가량 급등했다. 특히 바른손 주가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소식이 전해짐과 동시에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바른손이앤에이 역시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중이다.

이날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전일대비 29.88%,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4955원에 마감됐다. 전날 한국거래소가 최근 주가 급등을 이유로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하며, 이날 단일가매매를 실시했음에도 주가 급등세는 이어졌다.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아카데미 4관왕 소식이 전해진 10일 전일대비 19% 급등한 이후, 11일엔 23%, 12일과 13일엔 각각 29.98% 급등하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회사인 바른손 주가는 더욱 급등했다. 바른손은 영화제작과 투자, 외식사업, VR(가상현실) 관련 사업 및 모바일 게임개발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기생충 제작시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바른손 주가는 10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거래량 역시 평소의 100배 이상 급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 거래일인 7일 2025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5760원까지 올랐다. 며칠새 거의 3배 가까이 주가가 오른 셈이다.

기생충 투자사인 CJ와 계열사인 CJ ENM 주가도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화 중 주요 소재로 부각된 '짜파구리' 수혜주로 부각된 농심 주가 역시 상승세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기생충 관련주의 이 같은 주가 급등 현상을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 사실이 실제 기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향후 직접적인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생충은 이미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 영화 상영을 거의 마친 상태다. 아카데미 수상 이후 '특별 상영' 등이 늘어날 수 있지만 이미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본 만큼, 향후 얼마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투자사인 바른손의 경우 영화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한자리 수 수준으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또한 바른손이앤에이와 바른손 모두 최근 몇 년간 실적이 부진했다는 사실도 문제다. 바른손이앤에이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모두 연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바른손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바른손은 최근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만약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할 경우 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생충 관련 일부 종목의 주가 급등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단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만큼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경우도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가는 결국 실적을 따라가게 마련"이라며 "실적 결산 시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성급한 투자는 자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역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거래소는 이날 장 마감후 바른손이앤에이와 바른손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고,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으니, 투자에 주의하시길 바란다"고 공시했다.

만약 이들 종목의 14일 종가가 지난 12일 종가 대비 40% 이상 상승하고, 투자경고종목 지정 전일 종가보다 높을 경우, 오는 17일 하루 동안 주권의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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