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모펀드 설정에 이사 후보 추천… 내년 주주총회까지 장기전 대비
대한항공.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맞서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강성부펀드(KCGI)가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는 한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함께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주주제안에 나서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달 투자금 1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케이씨지아이제1호의5 사모투자' 펀드를 설정해 자금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KCGI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CGI의 이런 자금 조달이 한진칼 지분을 더 확보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KCGI,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3자 연합이 보유한 의결권 유효지분은 31.98%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 회장 측 우호 지분 33.45%에 비해 다소 열세다. 따라서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하거나 3자 연합 측이 주장해온 경영 정상화 방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KCGI가 내년 정기 주총 표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KCGI를 포함한 3자 연합은 전날 한진칼에 보낸 주주제안서에서 이사진 후보를 대거 추천하기도 했다. KCGI가 올린 후보는 8명으로, 이는 한진칼의 현재 이사 수보다 많다. 한진칼 이사는 이번에 임기가 종료되는 1명을 제외하면 4명에 그친다.

한진칼은 정관에서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하지 않고 있으며 등기이사 3인 이상, 사외이사 3인 이상 등의 조건만 규정하고 있어 이사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은 이런 정관의 허점을 비집고 이사회 장악을 노린 것으로 읽힌다.

앞서 KCGI는 이사 후보를 정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일주일 동안 주주들에게 이사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공지하는 등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명분을 쌓기도 했다.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이 이번 주총에서 통과된다면 이사회 내 영향력을 높여 기존 경영진을 견제하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내년 정기 주총에서는 조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앉히겠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장기적인 계획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새로 설정한 펀드로 1000억원의 자금을 더 조달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또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3자 연합의 반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자금이 몰려 한진칼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인 4만8000원까지 올랐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데 돈이 더 많이 들게 된 것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목적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잡아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이번 주총에서 3자 연합이 낸 주주제안이 '부동층'인 주주들의 표심을 잡아 통과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3자 연합이 후보로 제안한 사내이사 4명 중 2명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출신 경영인이기는 하지만 항공업과 무관한 경력을 가진 만큼 실제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벌써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주주제안 안건에도 특별히 주주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평가도 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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