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까다롭게 받는다...보험업계, 디마케팅 바람
고객 까다롭게 받는다...보험업계, 디마케팅 바람
  • 조성진 기자
  • 승인 2020.02.14 14:27
  • 수정 2020-02-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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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들, 방문진단심사 등 디마케팅 적극적으로 활용
기존 가입자 떠나가는 상황에도 신규 상품 가입 희망자 장벽 높여
손해보험사들이 신규 보험 가입자 희망자를 대상으로 디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 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한때 유명했던 모 보험사의 광고 멘트다. 과거 보험 가입이 상당히 쉬웠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 않다.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디마케팅(Demarketing)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디마케팅이란 기업이 자사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의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여 적정수요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올해부터 보험 상품 가입을 위한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기존 41세에서 20세로 낮췄다. 방문진단이란 보험사 측에서 실손보험 가입 희망자를 찾아가 혈액·혈압·소변 검사 등을 하며 건강·질병 여부를 심사하는 행위를 뜻한다. 방문진단심사에서 가입 희망자의 건강에 문제가 확인되면 보험사 측은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가입을 거절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신규 가입자의 약 70%를 전화상담 가입에 의존했던 롯데손해보험 역시 지난해 관련 인력을 40% 가량 감축했다. 해당 조치는 롯데손보가 더 이상 전화상담으로 자동차보험 판매율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손보는 또 올해 1월부터 21세 이상 단독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에 한해 방문진단심사를 시행 중이다.

메리츠화재 역시 2017년부터 자동차 보험 인수 심사를 강화한 한편 올해 1월부터 기존 66세 이상만 의무였던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61세 이상으로 변경했다. 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3월부터 방문진단심사 기준을 61세에서 30세로 낮춰 상품 가입 희망자의 병력을 기존보다 엄격하게 살피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신규 보험상품 가입 희망자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내미는 이유는 점진적으로 증가한 실손보험 손해율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의 지난해 10월 공개한 '실손의료보험 현황과 개선 방안'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실손의료보험과 신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각각 121.3%와 58.5% 수준이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체 실손의료보험과 신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해율은 각각 129.1%와 92.6%까지 증가했다. 영업손해율 역시 2017년 하반기 기준 98.6%에서 2019년 상반기 106.3%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른 각 보험사의 당기순이익 또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5%, 27.9% 감소한 6478억원과 2691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각각 2조2000억원, 1조6000억원으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위험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비급여 진료비 증가 등을 지적했다. 손해보험 5개사 실적통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기준 1조9000억9000만원을 기록한 비급여 본인부담금은 2019년 2조6000억5000만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2018년 기준 한국의 공적보험(건강보험)는 62.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은 일본의 공적보험 보장률은 80.4%, 독일은 85.0%를 기록했다.

한편 보험사가 고객에 대한 상품 가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기존 보험 가입자들은 일부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도 기존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누적 보험 해약환급금은 34조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가입자들이 원금 손실을 감수하며 보험 해약을 하는 이유는 경기 둔화로 인한 보험료 납부 부담과 목돈 마련 등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