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4일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해당 펀드를 지속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1조 6679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거짓말과 불법행위가 금융당국 조사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펀드의 기준가를 임의변경해 수익률을 조작하고 펀드간 우회 자금지원과 손실전가, 일부 임직원의 사익추구 등 그야말로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된 비리의 온상이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라임 펀드의 부실을 파악한 이후에도 라임 측과 함께 이를 은폐하고, 펀드가 정상 운용 중인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펀드 판매를 지속한 혐의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14일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중간 검사결과 및 향후 대응방안' 발표 자리에서, 라임과 신한금융투자의 부정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은 물론 특경법상 사기 등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추가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해 이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키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8~9월 두 차례에 걸쳐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또한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포트코리아운용, 라움운용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 바 있다.

◆ 금감원 "라임 내부통제 부족, 반복적 위법행위 발행"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라임 관련 중간 검사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라임의 환매연기 펀드는 4개 모펀드 및 173개 자펀드다. 금액으로는 1조 6679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자산실사 결과가 나온 국내투자 모펀드인 플루토 FI D-1호의 회수율은 68~50%, 테티스 2호의 회수율은 79~58% 수준이다. 해외투자 모펀드는 아직 실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플루토 TF-1호의 경우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손실이 2억 달러 이상 발생할 경우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redit Insured 1호는 3개 모펀드의 실사 결과에 따라 최종 회수율이 결정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작년 6월 라임의 플루토 FI D-1호 등 대표적 펀드를 중심으로 한 순환적 펀드 거래와 증권사 TRS(레버리지 등)를 이용한 부적정한 운용 등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같은 해 8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라임 등에 관한 검사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라임 측이 고수익 추구를 위해 투명성이 낮은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함에도 만기불일치 방식으로 펀드를 설계하고, 증권사와의 TRS를 통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면서 펀드의 유동성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펀드 운용시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절한 내부통제장치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운용역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위법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측이) 유동성 위험에 대한 고려없이 과도한 수익추구 위주의 펀드구조를 설계해 운용하면서 장단기 만기가 불일치했으며, TRS 거래 등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금을 사모사채 등 투명성이 결여된 비시장성 자산에 투자해 급격한 유동성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펀드의 손실발생을 회피하기 위해 타펀드 자금을 활용해 부실자산을 인수하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하거나 일부 임직원이 전용 펀드 등을 통해 거액의 부당 이득을 취하는 등 다수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 라임-신한금융투자, 펀드 부실 알고도 은폐

특히 라임 펀드의 부실 은폐를 위해 신한금융투자도 함께 가담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서의 부실 발생 사실을 은폐하고, 정상 운용중인 것으로 투자자를 오인케 해 해당 펀드를 지속 판매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무역금융펀드는 지난 2017년 5월 신한금융투자의 TRS 레버리지를 이용해 IIG 펀드, BAF펀드, 바락(Barak)펀드, ATF펀드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만들어졌다.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6월경 IIG펀드의 기준가 미산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11월까지 IIG펀드의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 조정해 인위적으로 기준가를 산정했다.

이후 11월 17일 IIG펀드의 해외사무 수탁사로부터 IIG펀드의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 관련 메일을 수신했으나, 500억원 규모의 환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IIG펀드 및 기타 해외 무역금융펀드 등 5개 펀드를 결합해 모자형 구조로 변경, 정상 펀드들로 IIG펀드의 부실을 전가했다.

뿐만 아니라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1월경 IIG펀드에서 1000억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2월경 BAF펀드의 만기 6년 폐쇄형 전환을 통보받고도 이를 숨긴 채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해외 SPC(케이먼제도)에 장부가로 처분하고 그 대가로 약속어음을 수취하는 구조로 계약을 변경하는 등의 구조화를 진행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특정 펀드의 이익을 해하면서 다른 펀드 이익 도모 금지, 집합투자재산 공정평가 의무 등을 정한 자본시장법 위반 및 투자자를 기망해 부당하게 판매하거나 운용보수 등의 이익을 취득한 특경법상 사기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 금감원, 불법행위 확인된 무역금융펀드 우선 분쟁조정

금감원은 3월 중으로 라임 측이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펀드 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환매, 관리계획 수립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인 내외의 상주 검사반을 라임에 파견해 향후 펀드 환매 및 관리계획 이행, 내부통제 업무의 적정한 수행 등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에 나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펀드 판매사의 상근 관리자, 관계자 협의체와 정례회의 등을 통해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사안에 대해선 우선적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라임 관련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사실조사에 착수하고 분쟁조정신청 급증에 대비해 금융민원센터에 라임펀드 분쟁 전담창구를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IIG펀드 등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서는 이미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신속하게 분쟁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내외부 법률자문을 통해 사기 및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과 계약취소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하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조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무역금융펀드 이외 펀드의 경우에도 투자자 피해, 시장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3자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는 빠른 시일 내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분쟁조정은 펀드의 환매 진행경과 등을 감안해 처리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현장조사 결과 위법행위가 확인된 경우 펀드 판매사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및 조사권 한계 등으로 사실 규명 등이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정 대처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라임 펀드가 투자한 종목의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현재 면밀한 모니터링을 실시중이며 혐의점 발견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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